/사진=빌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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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갈까?"

가수 정은지에 대한 리스너들의 오랜 궁금증과 기대감을 한 번에 시원하게 뚫어줄 명곡이 탄생했다. 컨디션 난조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압도적인 성량과 정교한 피치로 미디어 음악감상회 현장을 단숨에 사로잡은 정은지의 이야기다.

2020년 미니 4집 'Simple' 이후 정식 앨범으로는 무려 6년 만에 선보이는 다섯 번째 미니앨범 'Summer, I'(서머, 아이)를 들고 본업인 솔로 아티스트로 복귀했다.

이번 신보 'Summer, I'는 8월에 태어난 정은지의 정체성과 가장 나다운 계절인 여름, 그리고 사랑이라는 직관적 감정을 단단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단순히 계절감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삶과 사랑의 궤적을 가장 자연스럽게 비춰내는 음악적 이정표이기도 하다.

정은지는 "엄청 떨린다. 송라이팅 능력이 좋지 않은데 이번에 전곡 프로듀싱을 맡게 됐다"며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리스너분들이 함께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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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바라기'의 따스함과 시원한 고음 사이…타이틀곡 '파도'로 던진 정면 승부

타이틀곡 '파도 (i love LOVE)'는 시원한 밴드 사운드 위에 정은지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선을 오롯이 녹여낸 곡이다. 대중이 사랑하는 정은지의 두 가지 매력을 한데 모으기 위한 치열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 노래는 계절감을 떠올리면서 어떤 사랑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실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대중들은 저를 '하늘바라기'의 따뜻한 결로 기억해 주시기도 하고, 시원하게 지르는 고음으로 좋아해 주시기도 하거든요. 그렇다 보니 '하늘바라기' 결로 가야 할까, 고음 결로 가야 할까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죠. 결국 내가 좋아하는 감성과 고음을 잘 녹여내보자 해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영문 부제인 'i love LOVE'에 담긴 재치 있는 비하인드도 전했다. 정은지는 "영제가 먼저 나왔다. 가사 속 'i love LOVE'라는 구절이 '사랑을 사랑해!'라고 세상에 소리치는 것 같더라"며 "소문자로 시작해 대문자로 끝나는 소소한 재미로 만들어 보았다. 나는 어떤 사랑을 할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이냐고 묻는다면 쿨하게 직진하는 사랑이라고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타이틀곡 라이브 무대가 베일을 벗었다. 목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바닷속 어둠에서 시작해 거침없이 치솟는 고음 파트에서 그는 특유의 단단한 성량과 피치를 자랑하며 완벽에 가까운 가창력을 입증했다. 무대를 마친 정은지는 아쉬움과 함께 아티스트로서의 연륜을 내비쳤다.

"목 컨디션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괜찮을까, 할 수 있을까 했어요. 저는 훨씬 더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인데 정말 아쉽죠. 하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좀 힘들면 이런 표현을 써보자' 하면서 그 순간에 또 배우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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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CM·적재·소수빈 지원사격…정은지표 사랑의 스펙트럼

이번 앨범은 정은지가 전곡 프로듀싱을 맡은 만큼 트랙 하나하나에 그의 손길과 인맥, 그리고 서사가 깊게 배어있다. 10CM(권정열), 적재, 소수빈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의기투합해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2번 트랙 'NO FIGHT'는 연애 초반 다투기보다 그저 사랑하자는 마음을 담은 순수한 에너지의 곡이다. 정은지는 "이신혁 작곡가가 그런 강점을 가진 분이라 직접 찾아가 레퍼런스를 공유하며 작업했다. 애니메이션 오프닝 같은 에너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3번 트랙 '링귀니'는 10CM 권정열이 작사·작곡·편곡을 맡았다. 정은지는 "행복하면 살이 찐다고 하지 않나. 수많은 데이트에서 파스타가 한몫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권정열 선배님이 보사노바 장르를 얹어주셔서 드라마가 완성됐다. 권 선배님은 이 노래의 완벽한 요리사였다. 음원 사이트에 '파스타'라고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 검색해 보시라는 의미로 면 종류인 '링귀니'로 제목을 정했다"고 전했다.

4번 트랙 '바람따라'는 대표곡 '하늘바라기'의 연장선에 있는 수작이다. 적재와 이스트빔이 힘을 보탰다. 정은지는 "'하늘바라기' 속 어린아이가 커서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주변에 들려주니 '너 같다'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더라"고 웃어 보였다.

학창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소수빈과의 호흡이 돋보이는 5번 트랙 '다시 못 만날 것 같아'는 이별을 직감한 순간의 먹먹함을 담아냈다. 정은지는 "소수빈이 첫 소절 가사를 보내줘서 작업실에서 함께 불러보며 완성했다. 참 많이 배운 작업"이라고 돌아봤다.

6번 트랙 '낭만파티'는 이별 후의 감정을 반어법으로 풀어낸 트랙이다. 정은지는 "원래 가제가 '이별 후에 빗속에서 즐기는 나 혼자만의 낭만파티'처럼 길었는데 줄여서 부르다 파일명이 입에 붙어버렸다"며 "제목 응모를 받으니 '솔로파티'부터 '아모르파티'까지 나왔다"고 귀띔했다.

마지막 7번 트랙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깊은 공허함으로 끝맺는 발라드다. 정은지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무게가 무겁다고 생각해서 공허하게 끝내고 싶었다. 이 빈자리가 결국 다시 무언가로 채워질 걸 안다"며 "노래가 마지막에 퉁 하고 사라지는데, 충분히 잘 느끼시다가 공허해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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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핑크도 다 좋다고…다 가진 기분 드는 앨범"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에이핑크 멤버들의 뜨거운 반응도 공개됐다. 정은지는 "해외 투어 중에 가이드 버전을 들려줬는데 하나하나 신경 쓴 티가 많이 난다며 타이틀곡이 뭐냐고 물어보더라. 다들 너무 좋아해 줬다"며 미소를 지었다.

프로듀서로서 이번 앨범의 성과에 대해 묻자, 그는 단순한 수치보다 과정이 지닌 가치를 강조했다.

"저는 벌써부터 다 가진 기분이 드는 앨범이에요. 제가 이런 노래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다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고 일사천리로 흘러갔거든요. '내가 이들에게 이렇게까지 감동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나쁘지 않게 살아왔구나' 느꼈죠. 챌린지도 열심히 부탁드리고 있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하시면 디엠(DM) 좀 주세요.(웃음)"

마지막으로 정은지는 팬들과 리스너들에게 시원한 여름을 선물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음악적 철학을 전했다.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쾌감을 주는 고음을 원하시는 분들을 충족시키면서도, 제가 쉽게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밴드 음악을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제 가창이 자충수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죠. 저는 매번 성장 중이고 스스로를 '성장캐'라고 불러요. 이번 앨범이 나와서 적응 기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제 노래로 이 여름이 조금이라도 더 시원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