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실험용 원숭이 가격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라 신약 개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중국의 ‘바이오 굴기’가 원숭이 공급 병목 때문에 지장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숭이에 막힌 中 바이오굴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국립연구소는 게잡이원숭이 40마리를 마리당 17만8000위안(약 3754만원)에 조달했다. 1년 전 동기(9만2000위안)와 비교해 가격이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안전성 시험에 필요한 소형 영장류 가격이 업계 전반에 걸쳐 비슷하게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시험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생물학적 제제와 차세대 치료법이 폭발적으로 늘어 영장류 시험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세계 혁신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임상시험에 들어간 후보물질 가운데 46%가 중국 바이오 기업에서 나왔다. 10년 전에는 약 17%에 불과했다.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자금도 크게 늘었다. 중국 제약·바이오 매체 파마DJ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비상장 바이오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46억4000만달러(약 6조6217억원)로 2025년 연간 조달액(45억8000만달러)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중국의 ‘원숭이 조달난’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저상증권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8년까지 매년 원숭이 1만5000~2만 마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컨설턴트 하리 예르벨레이넨은 “원숭이를 확보하기 어려워져 시험 계획에 4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며 “중국 규제당국은 세 살 이상 원숭이만 독성 시험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해 병목 현상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단된 원숭이 수입을 올해 들어 재개했다. 하지만 캄보디아 및 베트남 등지에서 조달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시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원숭이로 불리는 게잡이원숭이는 면역 체계, 생리적 특성 등이 사람과 비슷해 신약 안전성 평가에 널리 활용된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아 시험에 필요한 약물량을 줄일 수 있고 번식 계절성이 덜해 생식 및 발달 독성 연구에 유리하다. 항체 의약품 시험 과정에서는 사람과의 단백질 유사성이 높은 원숭이 실험이 필수적이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