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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이 함께 샀는데도 엔화는 왜 못 오르나 [도쿄나우]
금리·재정 불신에 막힌 엔화
28년 만의 공조도 한계
157엔에서 제자리 걸음
28년 만의 공조도 한계
157엔에서 제자리 걸음
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7엔대 중반에서 움직였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미·일 공동 엔화 매수 개입 직후 기록한 155엔대 초반보다 다시 2엔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개입 전 달러당 164엔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정 부분 효과는 남아 있지만, 시장의 엔화 매도 흐름을 뒤집을 만큼 강력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에서는 개입이 성공하려면 엔화 매도 포지션을 대규모로 쌓아온 투기세력에 손실을 감수한 청산을 강요할 정도로 환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리적 분기점인 달러당 155엔을 명확히 돌파하지 못했다. 그 결과 투기세력의 엔화 매도 포지션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고, 개입 직후 엔화를 사들였던 투자자들까지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환율이 다시 157엔대로 되돌아왔다는 해석이다.
미·일 공조가 엔저의 근본 원인을 바꾸지 못한 점도 엔화 반등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가 더딘 데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적극재정과 대규모 감세 정책이 재정 불안 우려를 키우고 있어서다. 일본의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고 재정규율에 대한 불신까지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당국이 시장에서 엔화를 사더라도 투자자들이 다시 엔화를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미국 측 개입 방식도 달러·엔 환율을 직접 끌어내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달러를 팔고 엔화를 매수한 것이 아니라 유로화를 매도해 엔화를 사들였다. 미국의 강달러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피하면서 일본을 지원한 것이지만, 달러 매도 없이 엔화만 매수한 만큼 달러·엔 환율에 미치는 압력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서는 미·일 공동개입이 달러당 164엔 돌파를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엔화 가치를 155엔보다 강한 수준에 정착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나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정책 수정이 뒤따르지 않는 한 개입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추가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시장과 당국의 심리전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은 당국이 의식하는 환율 수준으로 중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200일 이동평균선인 달러당 158엔 부근과 심리적 저항선인 155엔을 주목하고 있다. 엔화가 다시 158엔을 넘어 약세를 보이면 투기세력이 미·일 당국의 개입 의지를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시장 개입 지침도 변수다. 자유변동환율제 국가의 개입은 6개월 동안 세 차례 이내로 제한하고, 3영업일 이내 개입은 한 차례로 계산한다는 기준이 거론된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지난달 30일 개입을 시작한 만큼 이달 3일까지가 한 차례의 개입으로 계산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규칙이 실제 제약이라기보다 투기세력을 방심시키기 위한 심리전 수단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추가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달러 매도 개입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중앙은행 등 다른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공조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공동개입만으로는 엔저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일본의 낮은 금리와 재정 불안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남아 있는 한 개입은 시간을 버는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다음 관심은 미국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를 높이는 지표가 나오면 엔화가 다시 158엔 이상으로 밀리면서 미·일 당국의 추가 개입 의지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미·일 공동개입은 엔화 급락을 일시적으로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본의 금리·재정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까지 해소하지는 못했다. 정책 변화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엔화 반등은 제한되고, 당국과 투기세력의 공방만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