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체리자동차가 KG모빌리티(KGM)에 7500만달러(약 1072억원)를 투자한다. KGM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주식 전환 시 KGM 지분 16.22%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된다. ‘메이드 인 차이나’ 딱지를 떼고 세계 생산 기지 확대에 나선 체리차와 투자비 부담 없이 친환경차 기술을 확보하려는 KGM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中 체리차, KGM 1100억 전환사채 매입…"韓 위탁생산도 검토"
KGM과 체리차는 지난 2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내년 출시할 예정인 KGM의 신차 SE10에 대한 기술 이전부터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로봇 개발 등에서 폭넓게 협업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체리차가 KGM에서 받기로 한 ‘T2X’ 플랫폼의 기술 이전료 1억2000만달러 중 7500만달러를 KGM에 재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체리차는 KGM이 발행하는 3년 만기 CB에 투자하고, 추후 지분 전환 권리를 가진다. T2X는 체리차의 대표 차종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기반 ‘티고9’을 생산하는 플랫폼이다.

KGM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내년 1월 첫 PHEV SE10을 내놓을 예정이다. 추후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출시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체리차의 자율주행과 SDV 기술로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신차도 내놓을 계획이다. 또 로봇과 차량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최고경영층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KGM이 중국 완성차 회사와 손잡은 건 미래 모빌리티 개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자율주행 차량과 전기차 전환 등 급변하는 시장을 따라가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 중소 자동차 회사인 KGM으로선 자금 여력과 기술력을 갖춘 중국 자동차 회사와 손잡는 게 불가피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선 체리차가 중국차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KGM을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장귀빙 체리차 사장은 “일부 지역은 대중국 관세와 한국 관세가 다르다”며 “(위탁생산 부문은) 양사 협력의 일부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지리자동차그룹 역시 2022년 르노코리아 지분 34%를 취득한 뒤 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위탁생산을 맡겼다.

체리차가 KGM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체리차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KGM 지분 16.22%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된다. 중국 둥펑자동차는 2014년 푸조시트로앵(PSA) 지분 약 14%를 인수한 뒤 이사회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황기영 KGM 대표는 “이번 투자는 양사 협력에 의미가 있고, 체리차의 경영권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상원/김우섭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