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38일 만에 우승컵 > 신지은이 26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 3738일 만에 우승컵 > 신지은이 26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계속 힘들어하고, 계속 나아가라. 세상이 끝난 건 아니니까.”

3738일. 10년2개월이라는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신지은(34)이 힘든 시기를 보낸 과거의 자신에게 건넨 위로다. 지독한 슬럼프와 번아웃을 극복한 그가 마침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감격의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신지은은 26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ISPS 한다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총상금 2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5개를 묶어 3오버파 75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신지은은 이날 4타를 줄이며 맹추격을 펼친 김아림(7언더파 281타)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4억4000만원)다.

◇4년 전 ‘우승 한 번 더하고 은퇴’ 결심

대회 첫날 공동 선두로 시작해 마지막 날까지 단 한 번도 리더보드 최상단을 내주지 않은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하지만 우승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에서 2위 파자리 아난나루깐(태국)에게 5타 차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했으나, 스코틀랜드 특유의 거센 바람 속에 전반 6번홀(파3)부터 8번홀(파4)까지 3연속 보기를 범하며 한때 추격자들에게 2~3타 차로 쫓기는 위기를 맞았다.

흔들리던 신지은은 후반 들어 베테랑다운 집중력을 되찾았다. 10번홀(파4)에서 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바꿨고, 12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핀 1m 옆에 완벽하게 붙인 뒤 버디를 추가하며 승기를 굳혔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는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졌지만 보기 퍼트로 잘 막아내며 마침내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번 우승은 지난 2016년 5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후 무려 10년2개월25일 만에 이룬 값진 성과다. LPGA투어 역사상 1980년 이후 우승 간격이 10년 이상 벌어진 역대 세 번째 사례로 기록될 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기나긴 우승 공백기 동안 신지은은 극심한 번아웃을 겪기도 했다. 지난 5월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기권한 직후에는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몹시 지쳐 있다”며 그간의 심리적 고충을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그간의 마음고생 때문인지 마지막 퍼트를 마친 신지은은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 속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는 “첫 우승 당시에는 내가 우승할 자격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우승은 정말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낸 것이기에 훨씬 뜻깊다”고 했다.

신지은은 우승이라는 꿈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스윙 등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최근엔 캐디까지 교체하는 변화를 줬다. “4년 전 퍼트 코치와 함께 훈련을 시작했을 때 코치가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어요. 그때 ‘은퇴하기 전에 꼭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죠. 지난 4년 동안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말 간절하게 노력했습니다.”

◇베테랑 부활에 韓 6승 합작

신지은의 이번 우승으로 한국 여자골프는 유해란의 메이저 대회 2연승(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LPGA 투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울러 올 시즌 도합 6승(이미향 1승, 김효주 2승, 유해란 2승, 신지은 1승)을 합작하며 미국(6승)과 함께 시즌 최다 우승 국가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즌 종료까지 13개 대회가 남은 만큼, 지금의 기세라면 2019년(15승) 후 7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 합작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