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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동맹이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 대만 TSMC의 일본 생산 거점인 구마모토에 일본과 대만 기업이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거점이 들어선다.

기존 협력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와 공급망 확보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피지컬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설계·조립과 시제품 개발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미쓰이부동산은 구마모토현에 ‘피지컬 AI·반도체 기반센터(PASTEC)’를 설립한다. 새 센터는 구마모토현 고시시에 조성되는 반도체 산업 집적지 ‘구마모토 사이언스파크’에 들어선다. 미쓰이부동산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사이언스파크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센터에는 일본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과 조립 수탁업체, 대학뿐 아니라 대만 기업과 연구기관도 참여한다. 공동 이용형 클린룸을 구축해 피지컬 AI용 반도체의 조립 기술과 저비용 패키징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한다.

특히 TSMC가 구마모토에서 생산할 AI 반도체를 활용해 시제품을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TSMC는 구마모토 제2공장에서 2028년부터 AI와 자동차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은 지금까지 TSMC의 일본 공장 건설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일본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TSMC 구마모토 공장을 유치했고, 소니와 덴소 등 일본 기업도 투자에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대만 반도체 기업과 소재·장비업체의 구마모토 진출이 잇따랐다.

이번 공동개발 거점 설립으로 양국 협력은 단순한 생산기지 구축에서 연구개발과 기술 생태계 조성 단계로 진화하게 됐다. 대만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 기술을, 일본은 제조장비와 소재, 자동차·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제공하는 상호보완 구조다.

일본에는 도쿄일렉트론과 신에쓰화학공업 등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이 포진해 있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과 패키징 기술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양국 기업이 공동 거점에서 협력하면 AI 반도체를 자동차와 로봇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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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에 야스카와전기와 도요타자동차 등 피지컬 AI 수요 기업의 생산거점이 몰려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반도체를 개발한 뒤 자동차와 산업용 로봇에 실제로 적용하고 성능을 검증하기 쉬운 환경이 마련돼 있다.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는 높은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복잡하고 고가인 조립 기술이 필요하다. 새 거점은 자동차와 로봇에 필요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낮춘 조립 방식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번 사업에는 경제안보적 목적도 깔려 있다. 일본은 대만 유사시에도 첨단 반도체 공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과 연구개발 기능을 자국 안에 확보하려 하고 있다. 대만 기업도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하면서 일본의 장비·소재 기술과 제조업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피지컬 AI와 반도체 분야에 100조엔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클린룸 건설에 100억엔에 가까운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 센터가 정부 지원을 받는 대표 투자사업으로 선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피지컬 AI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인포메이션과 미국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피지컬 AI 시장 규모가 2025년보다 12배 증가해 2033년 960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세계적인 AI 반도체 기업을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못했지만 대만과의 협력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 일본의 소재·장비와 제조업, 대만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결합해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경쟁에서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TSMC 공장 유치로 시작한 일본·대만 반도체 동맹이 생산을 넘어 기술 공동개발로 확대되고 있다. 구마모토가 일본의 반도체 부활 거점인 동시에 일본과 대만을 연결하는 차세대 AI 반도체 허브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