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농협 하나로마트 본점에서 한 고객이 베트남 등 다문화 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농협은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의 소비 수요가 늘자 소스·면류·향신료 등 글로벌 식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서산=권용훈 기자
충남 서산농협 하나로마트 본점에서 한 고객이 베트남 등 다문화 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농협은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의 소비 수요가 늘자 소스·면류·향신료 등 글로벌 식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서산=권용훈 기자
국산 농축산물 유통의 상징인 농협 하나로마트가 외국 식품 판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역 소멸로 내국인 소비 기반이 약해진 지방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제조업 종사자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이들을 겨냥한 월남쌈과 스리라차소스, 통계피 등 과거 하나로마트에서 보기 어려웠던 외국 식품이 매대를 채우며 지역의 먹거리 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농촌 외국인 매출 '껑충'


22일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글로벌푸드 사업을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지난달 기준 159곳으로 집계됐다. 2024년 8월 10개 점포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16배 가까이 늘었다.올해 들어서만 32곳이 추가됐다.

하나로마트는 전국 2200여개 점포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농축산물 유통망이다. 국산 농축산물의 판로 확대가 설립 목적이어서 그동안 수입 농산물 판매에는 비교적 보수적이었다. 과일과 채소는 국산 상품 중심으로 운영해왔고, 수입 식품도 제한적으로 취급했다. 이런 농협이 외국 식품을 별도 사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외국인 소비층 확대에 맞춰 유통 전략까지 바꾸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산=권용훈 기자
서산=권용훈 기자
농협의 글로벌푸드 매출은 지난해 27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153억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매출로 환산하면 지난해 약 22억60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25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점포 수 확대와 함께 매장당 판매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협이 수입 식품을 별도 사업으로 키우는 것은 농촌과 지방 산업도시의 인구 구성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1년 195만6781명에서 지난해 278만3247명으로 4년 만에 42.2% 증가했다.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79%에서 5.44%로 높아졌다. 취업 자격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말 59만4047명으로 전년보다 4.8% 늘었다.

국내 체류 외국인 300만 명 육박

농촌의 외국인 의존도는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배정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10만9100명으로 지난해 9만5596명보다 14.1% 증가했다. 2024년 배정 인원 6만7778명과 비교하면 2년 만에 61% 늘어난 규모다. 농·수협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인력이 필요한 농어가에 보내는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도 농업 분야 130곳으로 확대됐다.

외국인이 농업 생산을 돕는 인력을 넘어 지역의 주요 소비자로 자리 잡으면서 상품 구성도 달라졌다. 지난달 기준 글로벌푸드 상품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베트남 소비자가 주로 찾는 ‘몬 뉴월남쌈’으로 매출 9800만원을 기록했다. 홀그레인머스타드는 6500만원, 스위트칠리소스는 3800만원어치 팔렸다. 통계피와 스리라차소스도 판매 상위권에 올랐다.

판매가 활발한 점포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몰려 있다. 제조업 종사자가 많은 경남 남창원농협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의 지난달 글로벌푸드 매출은 9100만원으로 전국 1위였다. 농업 계절근로자가 주로 찾는 충남 서산농협 하나로마트 본점은 6900만원, 경북 김천농협 하나로마트 본점은 6200만원을 기록했다.

서산=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