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은행 창구에서도 ETF 가입 열풍이 불었습니다. 증시 상승세에 발맞춰 은행들도 ETF 판매에 적극 나섰던 건데요.

하지만 코스피 상승기였던 5, 6월에 판매가 집중됐던 만큼 현재 투자자들의 수익률에는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정치경제부 김예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은행권 ETF 판매가 올해 얼마나 늘었는지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올해 7월 중순까지 5대 시중은행의 ETF 판매액은 65조 원이 넘습니다.

불과 반년여 만에 작년 한 해 전체 판매액의 세 배에 육박한 수준인데요.

은행권의 ETF 판매는 증시가 좋았던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늘었는데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배 이상 폭증한 수준입니다.

<앵커>
특히 5, 6월 두 달 동안 판매가 집중됐다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올해 월별 판매 추이를 보면요.

올해 3월까지는 월 7조~8조 원 안팎이었는데, 4월 들어 10조 원대로 올라서더니


5월과 6월에는 달마다 14조~15조 원씩, 두 달 동안에만 무려 30조 원 가까이 팔려나갔습니다.

이 시기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건데요.

이 같은 ETF 판매 호황에 올해 5대 시중은행이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만 5,600억 원을 뛰어넘었습니다.

불과 반년 남짓 만에, 지난해 전체 실적의 3배가 넘는 수수료를 벌어들인 셈입니다.

<앵커>
판매가 가장 집중된 시기가 시장 고점과 맞물렸다는 점이 눈여겨볼 부분인 것 같습니다. 최근 증시 상황을 보면 수익률이 급감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ETF는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라 다소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추종하는 지수 자체가 급락하면 손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5, 6월 코스피 지수 평균과 오늘 종가를 비교하면, 각각 15%, 23% 하락한 수준입니다.

당시 고점 구간에서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현재 20%대 손실 구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큰 거죠.

현재 한 은행 앱에서 공격투자형 고객을 대상으로 안내 중인 ETF를 좀 살펴보면요.

기본 설정이 3개월 수익률순으로 제공되는데요.

현재 해당 ETF들의 한 달 수익률은 적게는 -11%, 많게는 -20% 가까이 기록하는 등 손실이 커졌습니다.

실제 고객이 투자한 종목에 따라 수익률 차이는 있겠지만, 시장 전체가 조정을 받은 만큼 상당수 투자자가 미실현 손실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아무래도 은행을 통해 ETF를 사는 분들은 대면 창구를 이용한 고객이 많았을 텐데, 불만이 상당하겠군요.

<기자>
네, 은행 창구에서도 "죽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수익률이 왜 이렇게 낮냐고 하소연을 하는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특히 ETF 거래가 생소한 고령층 고객들이 창구를 통해 가입한 비중이 높았는데요.

복잡한 앱 대신 직원 설명을 직접 듣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지만, 지수가 떨어지자 이 편리함이 곧 불만으로 돌아서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수수료 부담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ETF를 신탁 방식으로 판매하며 약 1% 수준의 선취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증권사 앱 거래 수수료(0.1% 내외)보다 훨씬 높은 데다,

손실을 보고 중도 해지할 때도 최대 1%의 중도해지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자 체감 손실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과거 홍콩 H지수 ELS 사태처럼 불완전판매나 손실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자>
아직은 그렇게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판매 절차상 미흡한 점이 있었는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보통 안전 투자 성향이 강한 은행 고객들이 증시 활황세에 이끌려 ETF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과적으로 고점 부근에서 들어간 셈이 됐고, 7월 들어 증시가 급락하면서 손실을 크게 키우게 된 겁니다.

다만, ETF는 원금 비보장 상품인 만큼 투자성향 위험등급에 맞춰 안내됩니다.

위험등급은 하루에 한 번만 검사가 가능한데요.

현행 시스템상 위험등급이 낮은 고객에게는 ETF 상품 안내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투자성향이 상당히 보수적인 고객에게까지 은행이 의도적으로 유도해서 판매하는 게 어려운 구조이고요.

이 때문에 실제 가입자 대부분은 위험등급이 높은 고객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금융감독원에 확인해보니, 은행권의 ETF 판매가 활황이던 시기만큼 현재 대규모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지난 5월 민원이 급증했을 당시 금감원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바 있는데요.

당시 접수된 민원은 주로 신탁수수료 관련 사전 설명 누락, 당일 매도 불가나 원하는 종목 미판매, 그리고 영업점 직원의 목표수익률 임의 설정 등 매매 시스템이나 설명 미흡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당시엔 증시 호황기여서 거래 절차 상의 불만이 주를 이루었지만,

만약 지금처럼 증시 조정 국면이 장기화된다면 투자자들의 손실 논란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남아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치경제부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정지윤
CG: 홍향기·서동현

김예원기자 yen88@hankyungtv.com
7천피 넘자 두 달간 '30조' 팔았다…은행 ETF 수익률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