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가 무료로 공개한 오픈소스 모델 ‘키미(KIMI) K3’를 두고 시장에선 최근 반도체·AI 인프라주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기업의 기술 추격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경계감에 따라 미국 빅테크의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다. 다만 이 같은 관측과 정반대로 저렴한 AI 모델 출시는 AI가 산업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되는 계기로 이어져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더 연장시킬 것이란 분석도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는 지난 16~17일 이틀 연속 동반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이 기간 각각 0.97%, 1.51% 내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85% 떨어졌다. 반도체주 낙폭도 컸다. 미국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이틀 동안 5.85% 내렸다.

최근 주가 하락은 삼성전자와 TSMC의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증명된 반도체·AI 인프라를 둘러싼 수요와 실적보다 ‘피크 아웃’(정점 논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올 들어 주가가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 같은 호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원동력인 하이퍼스케일러의 천문학적인 자본지출(CAPEX)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다. 여기에 미국의 오픈AI, 앤트로픽 등 폐쇄형 모델을 압박하는 키미 K3의 등장은 지난해 1월 이른바 ‘딥시크 쇼크’를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주도하는 AI 모델 시장에서 중국의 ‘가성비’ 전략으로 AI 모델 개발 비용이 하락하면 전반적인 AI 인프라 투자 속도는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와 메모리 업체, 하이퍼스케일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키미 K3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누구나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 방식 AI 가운데 하나”라며 “미국 AI 기업이 유지해온 기술 우위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저가 AI 모델의 시장 점유율 상승은 오히려 ‘AI 인프라에 대한 가장 강력한 초강세 시나리오’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AI 모델 가격이 떨어지면 고객은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AI를 도입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개빈 베이커 아트레이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체 토큰 사용량과 컴퓨팅 소비는 모델 기업의 마진이 낮아지는 것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다시 인프라 투자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