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평생 처음 보는 수"…카타고 초반 변칙에 신진서 스텝 꼬였다
쎈수학·한경 기신전
카타고AI 新手에 밀린 申
'인류 최강' 신진서, 카타고와 첫 대국
245수 만에 흑 불계패
카타고AI 新手에 밀린 申
'인류 최강' 신진서, 카타고와 첫 대국
245수 만에 흑 불계패
신 9단은 1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연전 제1국에서 카타고를 상대로 4시간20분간의 혈투 끝에 245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카타고는 10년 전 이세돌 9단을 무너뜨린 알파고를 기반으로 개발된 현존 최강의 바둑 AI다.
신 9단은 이 9단과 달리 두 점을 먼저 두는 접바둑으로 경기에 나섰다. 제한 시간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졌고 카타고는 20초 안에 둬야 했다.
흑의 승률 99%로 시작한 대국은 우상귀와 우하귀에서 실리를 챙긴 신 9단이 70수로 중앙 백 세력에 침투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신 9단이 중앙을 공략하다가 상변에서 실리를 뺏겨 78수에서 승률이 97.5%로 떨어졌다. 그는 경기 이틀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초·중반 승률이 97%로 떨어진다면 제가 판을 잘못 짰다는 뜻이고 큰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중앙 싸움 와중에 백의 2선 치중을 허용해 우하귀 다섯 점을 내준 90수는 패착으로 지목됐다. 102수로 백대마를 포위했지만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되면서 승률이 크게 떨어졌다. 승부의 추는 흔들림 없이 공격을 막아낸 카타고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신 9단은 19일 오전 10시 제2국에서 다시 한번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 그는 “2국과 3국에서는 전략을 잘 구상해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신진서 18집 우세로 출발했지만…카타고 두번째 수에 시작부터 당황
쫓기기 시작하자 전투 바둑으로 전환…102수 중앙 대마 포위 승부수 안 통해
시작부터 파격이었다. 신진서 9단에게 두 점을 내어주고 시작한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는 연습 대국과 달리 첫 수를 화점에 놓은 데 이어 백3을 우상귀 4선에 세 칸 떨어진 곳에 뒀다. 검토실은 충격에 휩싸였다. 사람의 바둑에서는 본 적이 없고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이례적인 수였기 때문이다.신 9단도 이 수를 처음 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큰 동요 없이 흑4의 날일자로 받았다. 이후 7~12까지는 흔히 두어지는 소목 정석이 이어졌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이 정석을 통해 카타고는 우변을 크게 키워가는 초반 구상을 펼쳐 보였다.
이번 대국에서 신 9단에게는 다섯 시간이 주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초반에 빠른 템포로 포석을 이어갔다. 흑18을 두기 전 6분가량 생각했을 뿐 대체로 망설임 없이 착수했다. 앞서 인터뷰에서 “두텁게 둬 후반 승부로 이끌어야 승산이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끝내기를 대비해 시간을 아끼려는 전략으로 보였다.
카타고는 백31로 최강의 응수를 했다. 흑에게는 ‘가’의 자리로 끊어가거나 실전처럼 침착하게 뻗어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끊는 수는 프로기사의 실전에서도 종종 나오는 변화다. 흑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수이지만 이후 변화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신 9단은 흑32로 뻗음을 선택했다. “AI와의 대국에서 전투는 심하게 표현하면 자살 행위”라고 한 그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수다.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고 최대한 차분하게 판을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두텁게 두면서 끝내기 승부로 이끌려는 신 9단의 그림을 카타고는 AI 특유의 낯설면서도 차가운 감각으로 조용히 흔들었다. 백43·45가 대표적이다. 카타고는 유려한 붓질로 그림을 그리듯 중앙을 크게 키워갔다.
중앙은 인간에게 언제나 까다로운 영역이다. 변화의 폭이 너무 넓고, 돌의 효율이나 선악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 수읽기와 감각, 직관이 모두 필요하다. 백57까지 진행된 시점에서도 흑의 승리 확률은 여전히 99%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승부의 무게중심이 중앙으로 옮겨가면서 신 9단을 압박했다. 흑68로 지킨 수는 안정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찌르고 끊어가는 변화로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정말 중앙을 지워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흑70의 삭감에 백71·73으로 상변을 두어가며 정리하자 흑의 응수가 쉽지 않아졌다.
카타고는 조금씩 압박 수위를 높이며 서서히 차이를 줄였다. 상변을 받아둘 마땅한 수가 보이지 않자 신 9단은 흑74~78로 중앙을 보강했다. 하지만 백79가 놓이자 어느 새 집 차이는 7집 안팎까지 줄어들었다. 격차는 좁혀졌지만 흑80·82까지는 여전히 흑이 우세를 유지했다. 흑84로 찌르지 않고 하변을 지켰더라면 유리한 형세를 이어가며 끝내기 승부로 이끌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신 9단의 손에서 흑90이 떨어지자 검토실에서 커다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수로는 일단 중앙을 지키고 끝내기 승부로 이끌었어야 했다. 카타고가 거세게 추격해왔지만 여전히 신 9단이 7집 정도 앞선 형세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흑90에 백91의 치중이 승부의 향방을 갈랐다. 흑이 위로 이어간다면 백이 넘어갔을 때 집 손해가 너무 컸고, 실전처럼 막는 선택을 해도 백97로 막았을 때 백 석 점을 잡을 수 없어 곤란했다. 우하귀에서 큰 손해를 본 흑은 결국 중앙 공격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103으로 중앙을 돌보자 AI의 승률 그래프는 백이 반집 앞서는 것으로 바뀌었다.
카타고가 백107로 탄력적인 형태를 갖추자 흑이 백 대마를 잡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백125에 차마 잡으러 가지 못하고 신 9단은 흑126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카타고가 백133으로 중앙에 확실하게 두 집을 만들자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조수영/고재연 기자/채현지 월간바둑 객원기자·아마 6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