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만은 아니었다…"70세 넘어도 일하고 싶다"는 이유
60세 이상 고령층은 다른 복지보다 일자리를 더 절실한 정책 과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고, 70세가 넘어서도 일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응답은 90%가 넘었다.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도 '일자리 확대'를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16일 에이지연합과 대한은퇴자협회,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전국 60세 이상 시니어 109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실시한 특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시니어 정책으로 '일자리'를 선택한 응답자는 57.9%에 달했다. 의료(13.3%), 연금(11.3%), 돌봄(10.8%)보다 월등히 높은 비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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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제활동 의지도 높았다. 응답자의 59.1%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고, 80세까지 일하겠다는 응답도 18.7%였다. 반면 70세 이전까지만 일하겠다는 응답은 10%에 못 미쳤다. 현재 일을 하고 있다는 응답도 75.0%로 나타나 은퇴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시니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70세 넘어도 일하고 싶다"는 이유
연령보다 능력을 기준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인식도 뚜렷했다. '일자리는 나이보다 건강과 능력을 기준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응답은 90.6%였고, '70세 이후에도 일할 능력이 있다면 계속 일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96.3%가 찬성했다.

반면 현재 시니어 일자리 여건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응답자의 52.8%는 현재 시니어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평가했으며, 구직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일자리 부족(26.9%)과 나이 제한(25.2%)을 꼽았다. 이어 정보 부족(18.5%), 건강 문제(15.8%), 낮은 임금(12.0%) 순이었다.

새로운 형태의 시니어 일자리에 대한 수요도 확인됐다. 현재 월 29만원 수준의 공익형 일자리와 월 70만원 수준의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사이에 월 50만원 수준의 '중간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7.1%였으며, 실제 해당 일자리가 생기면 참여하겠다는 응답도 63.1%에 달했다.

은퇴자의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 확대에도 77.0%가 찬성했다. 또 교육을 받은 뒤 사회참여와 일자리로 연결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89.1%, 여러 부처에 흩어진 시니어 일자리 정책을 한 기관에서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응답은 79.6%로 각각 집계됐다.

시니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요구도 높았다. 응답자의 89.7%는 시니어를 복지의 대상이 아닌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인적자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답했고, 92.2%는 시니어의 경험이 사회와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자유 의견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가장 많이 제시된 정책 과제는 '일자리 확대 및 개선'(246건)이었으며, 건강·의료 지원(73건), 연령 차별 개선(51건), 디지털·AI 교육 등 역량 강화(35건), 돌봄서비스 확대(32건), 연금제도 개선(3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건강과 능력이 있다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에이지연합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시니어들이 일자리를 단순한 소득원을 넘어 삶의 의미이자 사회참여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은 시니어를 국가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