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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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상장폐지 제도가 강화된 가운데 일부 저가주가 불기둥을 세웠다. 액면병합과 자사주 매입 등 상장 유지를 위한 자구책을 내놓은 기업이 있는가 하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을 응원하는 이른바 '돈쭐(돈을 써서 혼쭐내준다는 반어법) 투자' 사례도 등장하며 관련 종목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모습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넥스, 캠시스, 엔피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소비자의 '착한 기업 살리기 운동'이 화제가 된 모나미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게맛살 '크래미'를 만드는 한성기업도 20.11% 상승 마감했다.

이 같은 저가주 강세 흐름에는 이달부터 시행된 상장유지 요건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는 1일부터 시가총액과 주가 기준을 강화한 상장폐지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을 30거래일 연속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기준 미달 상태가 25거래일 연속 이어지면 관리종목 지정 우려 공시를 해야 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일정 기간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주가 기준도 한층 엄격해졌다. 종가가 1000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지속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규정이 새롭게 적용됐다. 이번 규정은 이달부터 새로 산정되기 시작한 만큼 다음달부터는 이른바 '동전주'를 이유로 관리종목에 새로 편입되는 사례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 이후 관리종목 지정 우려 공시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닥에서는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을 이유로 9개사가 관리종목 지정 우려 공시를 했다. 현재까지 이 가운데 5개사가 시가총액 기준을 회복하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강화된 상장유지 기준에 따라 서울식품우가 종류주식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이런 와중에 최근 급등세로 일부 종목은 상장 유지 기준을 회복할 가능성을 높였다. 모나미와 한성기업은 시가총액이 지난달 말 각각 약 227억원, 261억원에서 이날 약 500억원, 693억원으로 불어나 코스피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인 300억원을 크게 웃돌게 됐다. 에넥스는 주가가 1050원에서 1631원으로 오르며 동전주 기준인 1000원을 넘어섰고, 엔피도 시가총액이 약 176억원에서 277억원으로 늘며 코스닥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인 200억원을 웃돌았다. 다만 에넥스는 시가총액, 엔피는 주가가 아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급등 배경은 종목마다 달랐다. 액면병합과 자사주 취득, 신사업 투자 등 기업이 직접 주가 관리에 나서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개인투자자의 응원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가 오른 종목도 있었다.

에넥스는 지난 3월 5대 1 액면병합을 결정한 뒤 6월 경영진이 장내에서 자사주를 잇달아 매입했고, 같은 달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더마토바이오에 20억원을 투자하며 신사업 추진 계획을 내놓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다. 캠시스는 상장유지 기준 강화가 시행된 직후인 이달 1일 액면가를 500원에서 2500원으로 높이는 5 대 1 주식병합 추진을 결정하고 관련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올렸다.
사진=모나미 공식 홈페이지
사진=모나미 공식 홈페이지
반면 모나미와 한성기업은 개인투자자의 '돈쭐 투자'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모나미는 일본 수출규제 당시 대표적인 애국주로 주목받은 데 이어 최근 상장폐지 우려가 제기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좋은 기업을 살리자"는 응원 매수세가 확산했다. 한성기업 역시 25년 넘게 유엔 참전용사를 위한 평화음악회를 후원한 사실이 재조명되며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포털사이트 모나미 종목토론 방에선 "민족의 투지가 느껴지는 회사", "광복절까지 (상승) 가보자" 등 개인투자자의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성기업 종목토론방에서도 "애국기업, 응원한다. 앞으로 무조건 이 회사 제품 구입할 것"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기업의 단기 처방으로 인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전략은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사로서는 상장폐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다양한 자구책을 동원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라며 "소액주주로서도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상장폐지되는 것보다는 어떤 방편을 활용해서라도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될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하고, 일단 살아남은 뒤 점진적인 체질 개선과 펀더멘털 회복을 통해 주가가 상승 궤도에 오르기를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연구원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업 경쟁력 확보를 뒷전에 두고 상장 유지에만 사활을 거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스몰캡 연구원은 "상장유지 이슈로 묶여 (관련 종목을) 거래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은 맞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한 테마라기보다 제도 변화에 따른 단기 이벤트성 수급에 가깝다"며 "액면병합은 시가총액이나 기업가치 자체를 바꾸지 않고 자사주 매입이나 응원 매수 역시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에는 실제 상장 유지 요건 충족 여부와 본업 경쟁력 개선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