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스틱벤처스 대표 "바이오 사이클, 이제 막 시작됐다…AI가 띄울 기업 잠재력에 집중하라"
“예전에는 바이오 섹터 안에서 기술과 기업을 보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펀드 전체 전략과 산업별 투자 비중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죠.”

올해 3월 취임한 정보라 스틱벤처스 대표(사진)의 말이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는 2017년 벤처캐피털(VC)업계에 입문했다. 스틱벤처스 수장에 오른 뒤 바이오업계에 쏠렸던 그의 투자 검토 영역도 산업계 전반으로 확장됐다. 그의 올해 관심사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다. AI 산업 투자 목적으로 900억원 규모 펀드를 결성했다. 정 대표는 “AI 관련 창업이 많아졌고, 시장 관심도가 높다 보니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AI 신약 기업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스틱벤처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투자심리가 얼어붙었을 때도 꾸준히 바이오업계에 투자했다. 운용자산(AUM)의 30~35%를 바이오 영역에 투자했다. AUM은 올해 4월 기준 8600억원이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어도 밸류에이션에 실패하면 실패한 투자가 된다. VC에는 회수가 중요한데, 회수 시기의 시장 상황을 미리 알 수 없다는 게 한계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예로 들었다. 당시 바이오 업황이 정점을 찍으며 기업가치가 급등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포모(Fear of Missing Out, FOMO·소외 공포)’ 심리가 강하게 작동했다. 그는 “당시 딜 클로징 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투자 검토 기간도 짧았다”며 “좋은 기술뿐 아니라 단순 기대만으로 높은 밸류를 인정받은 기업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후 금리 인상과 함께 유동성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회사 상당수가 후속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는 다운라운드(기업가치를 낮춰 진행하는 후속 투자) 상황에 놓였다.

파인트리테라퓨틱스는 바이오 투자심리가 경직됐을 때 스틱벤처스가 투자한 대표 기업이다. 제노스코 출신 송호준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비소세포폐암의 주요 발병 원인인 특정 변이(EGFR)를 단순히 억제하는 게 아니라 직접 분해(TPD)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정 대표는 “당시 펀딩조차 쉽지 않았지만 플랫폼 차별성이 명확하다고 판단했다”며 “지금은 시장에서 플랫폼 확장성과 기술성 평가 가능성까지 재조명하고 있다”고 했다. 뇌혈관장벽(BBB)을 투과하는 약물 전달 기술을 보유한 뉴머스, 오가노이드 자동생산 솔루션 기업 셀로이드, 치과용 AI 기업 이마고웍스, 우주 바이오 대표주자 스페이스린텍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최근 바이오 투자 시장에선 프리IPO(상장 전 투자) 단계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단기간에 회수할 가능성이 높은 후기 단계 기업에 투자 수요가 몰렸다. 정 대표는 시장을 ‘업사이클 초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업계 전체 밸류에이션이 오르기보다 특정 투자 단계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에 가깝다”며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스틱벤처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초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시리즈A부터 B·C까지 모두 검토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시리즈B를 선호하는 것은 맞지만 결국 좋은 기업은 초기에 발굴해야 후속 투자까지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스틱벤처스는 올해와 내년을 회수(엑시트) 구간으로 판단하고 있다. 큐어버스, 파인트리테라퓨틱스, 브리즈바이오(옛 진에딧), 프레이저테라퓨틱스, 와이브레인, 피노바이오 등이 기술성 평가와 상장 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