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6’에서 SK텔레콤 직원이 전시부스를 소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6’에서 SK텔레콤 직원이 전시부스를 소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국내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6세대(6G) 통신 시대에 대비해 양자암호통신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확산으로 통신망을 오가는 데이터가 급증하고, 향후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 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6’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과 실증 사례를 공개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 기술을 활용해 암호키를 안전하게 주고 받거나, 양자컴퓨터로도 풀기 어려운 암호 체계를 적용하는 보안 기술이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현재 널리 쓰이는 공개 키 암호체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차세대 네트워크 보안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은 6G 시대에 필요한 양자보안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양자암호 장비를 더 작고 빠르게 만들어 기존 통신망뿐 아니라 드론, AI 폐쇄회로TV(CCTV), 로봇 같은 기기에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AI와 6G가 결합하면 초저지연·초연결 환경에서 기기 간 데이터 교환이 늘어나는 만큼 네트워크 말단까지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초소형 칩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QRNG)와 양자키분배(QKD) 기술, 30㎞ 거리의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공개했다. 양자난수생성기와 양자내성암호(PQC), 반도체 보안기술을 결합한 양자암호 칩(Q-HSM)도 선보였다. 통신장비 중심이던 양자보안 기술을 칩과 기기 단위로 확장해 6G 시대 보안 인프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양자암호통신의 상용화와 실증 사례를 소개했다. 자체 개발 기술을 이전해 국내 제조기업이 생산한 양자키분배 장비군과 유·무선 QKD 기술 현황을 전시했다. 대전 대덕2연구센터 인근에서 약 4.8㎞ 거리까지 무선 양자암호통신 환경 검증을 마쳤고, 앞으로 10㎞ 이상으로 거리를 늘릴 계획이다.

KT는 국방 주요 시스템에 PQC를 적용한 시범 전환 사업과 서울~부산 간 이기종 양자암호통신 연동, 신한은행 하이브리드 양자보안망, 국립암센터 AI 의료데이터 암호화 사업 등도 공개했다. QKD가 양자 특성을 활용해 암호키 탈취를 막는 방식이라면, PQC는 양자컴퓨터로도 해독하기 어려운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통신망과 금융망, 의료데이터망처럼 보안 수준과 적용 환경이 다른 인프라에 맞춰 두 기술을 병행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양자보안 기술을 핵심 인프라 보안 차원에서 키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올해 통신·금융·교통·국방·우주 등 5개 분야를 대상으로 양자내성암호 시범전환 사업을 추진한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지금은 양자기술력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산업 판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승부처”라며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연구·인재·산업 생태계를 긴밀히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