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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세일' 홈플…반려동물까지 무료 분양
붐볐던 마트, 폐점 분위기 짙어
매대 텅 비어…재고 떨이 판매
주민들 "작별 인사 온 기분"
매대 텅 비어…재고 떨이 판매
주민들 "작별 인사 온 기분"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파산 갈림길에 선 홈플러스는 전국 주요 점포에서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뒤 납품업체의 상품 공급이 끊긴 매장에는 세제와 육아용품, 문구류 등 남은 생활용품을 싸게 사려는 소비자가 몰렸다.
계산대에는 20~30m가량 줄이 이어졌다. 직원 3~4명이 쉴 틈 없이 바코드를 찍었지만 대기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출입구에서는 도난방지 경보기가 여러 차례 울렸지만 이를 확인하거나 제지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반면 매장 안쪽 식품 코너는 선반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냉장·냉동식품은 물론 라면과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일부 통조림과 조미료만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빈자리는 유통기한이 사실상 없는 세제와 수납용품, 주방용품 등이 채웠다.
반려동물 코너의 풍경은 더 씁쓸했다. 햄스터와 앵무새 판매 코너에는 가격표 대신 ‘무료 분양’ 안내문이 붙었다. 매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판매하던 동물을 돌봐줄 새 주인을 찾는 것이다.
같은 날 찾은 경북 안동점의 풍경도 비슷했다. 신선·가공식품 매대가 대부분 비어 있었다. 주민 박모씨(34)는 “예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시식 코너를 돌고 장난감 매장을 뛰어다녔는데 지금은 장례식장에 온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김모씨(56)는 “장을 보러 왔다기보다 마지막 풍경을 보러 온 기분”이라며 “이젠 진짜 폐점을 앞둔 것 같다”고 했다.
대형 유통시설이 많지 않은 보령과 안동 같은 지방 중소도시에서 홈플러스는 쇼핑 공간 이상의 역할을 해왔다.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곳이자 가족이 주말 나들이를 하고 주민들이 약속을 잡는 생활 거점이었다.
한때 국내 대형마트 2위였던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대형마트를 126개에서 67개 핵심 점포로 줄이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NS쇼핑에 1206억원에 매각했다. 인력도 절반가량 감축했지만, 끝내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상품 공급과 영업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최소 2000억원의 신규 운영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20일까지 즉시 항고할 수 있다. 하지만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조달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기간이 2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많다. 현재로서는 7월 별도의 파산 신청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보령·안동=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