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권력 집중과 착취로 제국은 자멸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흥망성쇠의 연속이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제국과 패권도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그런 패망의 역사를 보며 인류는 겸손과 절제를 배웠다. 붕괴의 위기는 대부분 외부 침입 때문이라기보다는 내부 분열로부터 시작됐다.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시작을 알린 고대도시 우르크도,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유럽 전역을 지배했던 로마 제국도,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 한나라도, 모두 안에서부터 썩어들어가면서 결국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말 영국 BBC 4부작 역사 다큐멘터리 시리즈 ‘문명: 흥망성쇠’에 소개되면서 다시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골리앗의 저주(Goliath’s Curse)>는 붕괴의 역사를 통해 5000년 문명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재해석한 책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실존위험 연구소 연구원인 루크 캠프는 인류 문명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머지않아 현대 문명에 이전보다 더 비극적이고 비참한 붕괴가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청동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400여 개에 이르는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분석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몰락한 제국은 모두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권력 집중 구조를 지니고 있었고, 극심한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 갈등이 팽배했으며, 결국 폭력적인 방법으로 겨우 권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책은 이러한 권력 구조 형태를 골리앗에 비유한다. 국가가 시민을,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주인이 노예를 지배하는 폭력과 착취 기반의 ‘골리앗 제국’은 결국 자멸했다.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며 유목 생활을 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 가운데 살았다. 극적인 사회 변화는 약 1만2000년 전부터 시작됐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정착 생활을 하면서, 인류는 식량 자원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무기가 등장하면서 자원을 탈취하고 마을을 침략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자원의 불평등은 곧 권력의 불평등으로 이어졌고, 원시적이고 위계적인 조직과 질서가 생겨났다. 족장이나 왕 그리고 황제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그들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지배 이념이 탄생했고, 거대한 관료 조직과 군대를 거느린 골리앗과 같은 제국들과 강대국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을 무너뜨린 것은 권력의 집중과 불평등의 심화였다. 자원 독점과 양극화는 사회 결속을 약화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그들을 붕괴시키기 전, 이미 극심한 불평등과 부패한 권력이 내부를 갉아먹고 있었다.

저자는 “통제받지 않는 거대한 권력은 무모한 리더십, 양극화, 불평등, 환경 파괴 등으로 이어져 결국 스스로 멸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권력 집중과 착취로 제국은 자멸한다
과거의 붕괴가 지역적이고 생존 가능한 것이었다면, 화석연료 산업, 빅테크 산업, 군사 복합체 등이 정치 권력과 결탁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의 ‘글로벌 골리앗’이 맞이할 붕괴는 전 세계적이고 파괴적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돌이킬 수 없는 붕괴를 막기 위해 우리 모두 민주적으로 골리앗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대로 두면, “다음 붕괴가 마지막 붕괴가 될지도 모른다”라는 저자의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