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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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갈 땐 캐리어 안에 또 다른 캐리어를 넣어가요. 쇼핑할 게 많아서요."
"여행 갈 때 빈 캐리어를 가져가 수하물 기준인 15㎏을 꽉 채워왔어요."

요즘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이다. 쇼핑은 해외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일정이다. 하지만 돈 쓰는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항공권과 숙소 비용을 아끼는 대신 현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과 물품 구매에 집중하는 여행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스카이스캐너가 최근 한국인 여행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해외 여행을 계획할 때 항공권 지출 규모는 평균 43만1739원으로 지난해 여름보다 15% 감소했다. 1박 기준 숙박비도 평균 26만7919원으로 22% 줄었다. 응답자의 59%는 합리적인 가격을 위해 여행 일정 자체를 변경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여행사나 플랫폼만 이용하기보다 항공권과 숙소를 각각 비교해 가장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 채널을 비교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자유여행(FIT) 확산과도 맞물린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5년 해외여행객 가운데 자유여행을 선택한 비율은 65%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항공권과 숙소를 직접 비교하며 비용을 조정하는 여행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셈이다.

현지에서 돈을 쓰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스카이스캐너의 '2026 글로벌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의 56%는 해외여행 중 현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을 필수 코스로 찾는 이른바 '마트 어택(Mart Attack)' 성향을 보였다. 관광명소보다 현지인의 생활권에서 소비를 즐기는 여행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편의점 추천 조합부터 폐점 시간을 앞둔 마트 할인 정보까지 공유되면서 마트 방문 자체가 하나의 여행 코스로 자리 잡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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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 여행을 다녀온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SNS에서 추천한 일본 편의점 추천 조합을 그대로 따라 먹어봤다"며 "관광지 맛집보다 현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경험하는 재미가 더 컸다"고 말했다.

쇼핑의 기준도 달라졌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인 여행객의 42%는 해외여행 중 뷰티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39%는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 제품 구매를 주요 여행 활동으로 꼽았다. 단순히 기념품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만 가능한 소비 자체를 여행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지 정보뿐 아니라 현지인이 찾는 맛집이나 편의점, 마트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시작하자 이를 중심으로 여행 일정을 짜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해외여행 출국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류할증료 부담과 공항 규정 강화에도 여행 수요는 식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달라진 것은 여행 예산의 배분 방식이다. 항공권과 숙소에서는 비용을 줄이려는 경향이 뚜렷해졌지만, 현지에서는 마트와 로컬 맛집, 한정판 제품 등 여행지에서만 가능한 소비를 즐기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여행 캐리어를 채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