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국판 팰런티어’를 지향하는 신(新)안보 혁신기업 육성의 방향타를 중소벤처기업부에 맡기기로 했다. 기존에 산업 진흥 정책을 짜온 산업통상부 또는 방위산업 및 안보를 맡는 국방부가 아니라 중기부가 신안보 분야 ‘키’를 잡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한성숙 국무총리 산하에 신안보 혁신기업 관련 조직을 신설할 예정이다. 중기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우주항공청, 국정원 등 참여 부처 중에서 중기부가 간사를 맡는다. 지난달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관련 간담회에서 노용석 중기부 차관이 가장 먼저 발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청와대는 미국 팰런티어, 안두릴 같은 국방·정보 분야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을 한국에서 육성하려면 정부가 밴처캐피털(VC) 관점으로 접근해 스타트업과 벤처를 키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인큐텔이라는 VC를 통해 팰런티어에 투자한 점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험 자본의 적극 투자로 기술 혁신을 이루는 벤처 정책이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의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우주항공, 드론, AI, 양자 통신 등 신안보 기술은 민간의 혁신에서 촉발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수출 시장으로 나아가려면 기술 우위가 가장 중요하다. 청와대가 군 주도로 전통 방산을 키워온 기존 방식과 다른 방향을 설정한 이유다. 중기부는 하반기부터 신안보 혁신기업 지정과 관련해 특벌법 입법을 주도할 방침이다. 또 다른 부처와 협의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국가계약법 등을 개정한 뒤 신안보 혁신기업의 기술을 안보·국방 현장에 빠르게 적용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중기부에 신안보 혁신기업 사례처럼 신성장 산업을 추려 스타트업·벤처 육성 전략을 맡길 방침이다. 이전까지 중기부는 기업 규모에 따른 중소기업 육성책을 주로 다뤘는데, 앞으로는 영역별로 진흥 정책을 따로 수립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벤처 담당 조직이 ‘부’ 단위로 있는 곳은 주요국 중에서 한국뿐”이라며 “이런 특화된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