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기술·MRO 합친 '패키지 수출' 늘려야"
무협, 무역·통상 전략 포럼
韓 수출 품목 집중도 세계 2위
원전 등 인프라로 다변화 필요
신흥시장 뚫어 지역 편중도 깨야
韓 수출 품목 집중도 세계 2위
원전 등 인프라로 다변화 필요
신흥시장 뚫어 지역 편중도 깨야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3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한국형 무역·통상 전략 정책 포럼’ 개회사에서 “특정 시장과 품목에 편중된 현재 한국의 무역구조는 글로벌 복합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등 기존 수출 품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원전과 방산 등 신성장 산업에서 유지·보수·정비(MRO)를 포함한 ‘패키지 수출’을 늘리고 신흥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게 무협의 제언이다.
이날 포럼에서 ‘지속가능한 무역강국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홍지상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한국 수출의 구조적 편중을 지적했다. 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 시장(지역) 집중도는 상위 10개 수출국 중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품목 집중도는 홍콩에 이어 2위였다. 지난해 수출액이 70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특정 국가와 품목에 치우친 성장이었다는 설명이다.
홍 실장은 “한국 수출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특정국 집중도가 주요국에 비해 높다”며 “현재의 수출 구조로는 특정 국가가 흔들리면 한국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기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청정 에너지와 안보 분야에서 수출국을 넓혀 나가는 통상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후속 세션 발표자로 나선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도 아세안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을 권역별로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AI와 청정에너지 등 ‘미래 수요’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에는 광물 자원 수입과 중간재 수출을 병행하는 상호호혜적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 연구원은 “최근 한국의 10대 수출국 중 신흥국은 베트남과 인도뿐이며 수출 품목도 기계와 자동차에 편중돼 있다”며 “한국 기업의 현지 정착을 아우르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원전과 방산 등 핵심 국가 인프라 산업으로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기자재 납품이나 단발성 설계·조달·시공(EPC) 중심의 기존 수출 방식으로는 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원전 시장의 패러다임이 가격 중심에서 적기 완공 능력과 정책자금 조달 능력을 포함한 ‘시스템 수출’로 전환되고 있다”며 “발주국의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장기간 함께 운영하는 동반자 관계를 맺어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한국은 최근 세계 10위권 방산 수출국으로 급성장했으나, 수출 물량의 46%가 폴란드에 편중돼 있다”며 “방산 수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기업 중심, 특정국 편중 구조를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