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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한 지붕 두 살림' 비상…반도체 '과반 노조' 나오나
초기업노조, 최승호 재신임 가결
DS 교섭단위 분리 추진 동력 확보
교섭단위 분리 땐 'DS 과반 노조'
전삼노 등 '교섭단위 분리'에 반대
DS 교섭단위 분리 추진 동력 확보
교섭단위 분리 땐 'DS 과반 노조'
전삼노 등 '교섭단위 분리'에 반대
'최승호 재신임'에 '교섭단위 분리' 쟁점 부상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이날 4차 총회를 통해 DS부문 교섭단위 분리를 주장한 최승호 위원장 재신임 안건을 가결시켰다. 재신임 안건 투표엔 선거권을 보유한 조합원 5만4165명 중 70.78%(3만8336명)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87.52%(3만3550명)가 최 위원장 재신임에 찬성했다.최 위원장은 투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신임이라는 결과를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보여드리겠다"며 "재신임에서 약속드린 공약은 그대로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노동위원회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활용해 DS부문의 교섭을 추진하겠다"며 "분리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초기업노조 단독 교섭으로 DS부문에 더 나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DS부문 정책위원회를 띄워 집행부·교섭위원을 사업부별로 구성하고 현장 목소리를 교섭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번 재신임은 올해 임금교섭 결과를 둘러싼 내부 갈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초기업노조 조합원들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초기업노조가 참여한 공동교섭단은 사측과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담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합의했다.
이후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보상 체계가 DS부문, 특히 메모리사업부 중심으로 짜여졌다는 반발이 확산했다. 일부 DX 직원들은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는 방식으로 성과급 격차에 항의하기도 했다.
교섭단위 분리 인정 땐 DS '과반 노조' 지위 회복
초기업노조는 임단협 여파로 삼성전자 내 과반 노조 지위를 상실했다. 전날 기준 조합원 수는 5만5200명으로 최대 노조 지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과반엔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이 같은 상황에서 DS부문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되면 초기업노조는 과반 노조 지위를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상 지난해 DS부문 전체 직원 수는 7만8064명. DS부문만 별도 교섭단위로 인정되면 과반 기준은 3만9033명 이상으로 낮아진다. 삼성전자 전체를 대상으로 과반을 회복하는 것보다 DS부문 내부에서 대표성을 확보하는 쪽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최 위원장 입장문이 DS부문에 집중된 이유도 이 같은 전략상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 입장문에 DX부문에 관한 언급이 단 한 글자도 나와 있지 않다. 최 위원장의 입장문엔 DS부문 조합원 권익 보호를 위해 '과반 노조'를 추구하고 노사협의회 장악을 통해 근로자대표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내용만 담겼다. 'DS부문 대표성 강화'가 초기업노조의 다음 목표인 상황이다.
초기업노조가 다른 노조와의 공동교섭에 선을 그은 것도 DS부문 중심 전략을 드러낸 대목으로 꼽힌다. 최 위원장은 지난 26일 내년 임금교섭을 함께 진행하자는 삼성전자 3대 노조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의 제안을 거절했다. 초기업노조 측은 올해 임금교섭 합의안을 둘러싼 동행노조의 부결 운동과 효력정지 가처분, 민사소송 추진 등을 이유로 들면서 공동교섭 의사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를 통해 내년 교섭에서 DS부문 현안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 재확인됐다.
다만 교섭단위 분리가 실제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별개 문제다. 교섭 실무상 DS부문과 DX부문 안건을 나눠 진행하는 '분리 교섭'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교섭 회차별로 부문별 교섭을 진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회사가 분리 교섭을 거부할 경우 '교섭 해태'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노사관계 전문가들 설명이다.
하지만 노동조합법상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교섭단위 분리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단된다.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제도여서다. 단일 노조가 한 회사 안에서 사업부문별 교섭단위 분리를 요구한 전례도 없다. 회사나 다른 소수 노조들이 반대할 경우 노동위원회 판단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전삼노 등 교섭단위 분리 '반대'…교섭력 약화 우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교섭단위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전삼노는 DS부문과 DX부문을 따로 떼어 교섭하면 교섭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S부문 내에서도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CSS 등 사업부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는 데다 DX부문 역시 영업이익 기준에 따라 사업부가 갈라질 수 있다는 것. 전삼노는 "우리의 적은 동료가 아니다. 노동자를 나누고 성과를 쪼개는 사측"이라며 통합 교섭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되면 삼성전자 노사 지형 자체가 바뀌게 된다. 물론 변수도 남아 있다. DS부문 안에서도 메모리와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사업부별 보상 체감이 다른 상황. DS부문 중심 교섭 체계만으로 내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다.
초기업노조가 DS부문 대표성을 앞세울수록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조율할 별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기업노조는 DS부문을 기반으로 교섭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반대로 DX부문이나 메모리 외 사업부 소속 조합원들의 이탈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이때 회사 입장에선 부문별로 교섭 상대와 쟁점을 나눠 대응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노동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사관계가 임금 인상률,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교섭에서 '누가 어느 사업부를 대표할 것인지'를 따지는 대표성 경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홍민성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