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보수 1위는 워너 CEO…넷플·디즈니보다 많이 받아
미국 일간 LA타임스는 29일(현지시간) 기업 지배구조 연구소 에퀼라(Equilar)의 데이터를 인용해 데이비드 자스라브 워너브라더스 CEO의 지난해 고위 임원 보상 패키지 총액은 1억 6500만 달러(한화 약 2543억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내 자산 규모가 큰 대형 상장기업 경영진 가운데 여덟 번째로 높은 액수로 확인됐다.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상위권을 독식한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자스라브가 유일하게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약 1323억 달러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으며, 어바인 기반의 전기 트럭 제조사 리비안의 RJ 스카린지 CEO가 4억 260만 달러로 5위에 랭크됐다.
할리우드 경영진 중 탑10에 진입한 인물은 자스라브가 유일하다. 에퀼라 측은 자스라브의 지난해 총수입이 2024년 대비 3배 이상 폭증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투자은행 그라이프앤코의 로이드 그라이프 CEO는 "그를 동물에 비유하자면 입이 귀에 걸린 체셔 고양이일 것"이라며 "전례가 없는 엄청난 규모의 대박이다"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주요 산업 전반에서 구조조정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대가가 갈수록 비대해지는 모양새다. 에퀼라의 코트니 유 리서치 디렉터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팽배한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디어 업계 내부의 M&A와 외주화 여파로 수많은 노동자가 실직한 상황에서 이 같은 호화 보상안은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의결권 자문사 ISS는 자스라브의 보상 패키지를 두고 '황금 낙하산(경영진 보호용 과도한 퇴직금)'이라며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에퀼라 조사 결과 지난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 CEO들의 보상액 중간값은 35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8%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월트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넷플릭스, AMC 글로벌 미디어, 폭스 코퍼레이션, 컴캐스트, 로쿠, 라이언스게이트 등 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부분의 기업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를 참고하라는 입장만 전했다.
경영 성과 연동제를 기반으로 급여가 인상된 다른 경영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폭스 코퍼레이션의 라클란 머도크 CEO는 스트리밍 서비스 투비(Tubi)의 매출 성장과 폭스뉴스·폭스스포츠의 높은 시청률을 인정받아 연봉이 39% 오른 3298만 달러를 수령했다.
전 월트디즈니 CEO 밥 아이거 역시 12% 증가한 4580만 달러의 보상을 획득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데이비드 엘리슨 CEO는 할리우드 2위에 해당하는 6300만 달러를 받았으나, 이 중 92% 이상인 5870만 달러는 5년에 걸쳐 베스팅되는 제한조건부주식(RSU) 형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넷플릭스의 공동 CEO들은 주주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급여 체계를 개편하며 자진 삭감을 단행하기도 했다.
가장 극적인 상승폭을 기록한 자스라브의 경우, 지난해 6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가 기존 선형 TV·케이블 사업과 스트리밍·영화 스튜디오 부문을 분할하기 직전 수정 계약을 체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회사는 분할 대신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1110억 달러 규모 인수 제안을 수용했고, 이달 초 미국 법무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이사회 보상위원회는 주주 가치를 제고했다는 점과 더불어 에미상 수상작인 메디컬 드라마 '더 피트(The Pitt)', 흡혈귀 영화 '시너스(Sinners)' 등의 흥행 성과를 근거로 자스라브가 "기대치를 초과 달성했다"고 치켜세웠다.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주식을 주당 31달러라는 프리미엄 가격에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자스라브가 보유한 스톡옵션과 주식 보상의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지난 6월 주주총회 표결에서 투표에 참여한 주주 중 무려 84%가 이 보상안에 반대 표를 던졌으며, 이는 2년 연속 부결이다.
의결권 자문사 ISS는 해당 급여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주주들에게 반대 행사를 권고했으나 이사회는 지급을 강행했다. 파라마운트와의 합병 거래가 완전히 청산된 이후 자스라브가 손에 쥘 퇴직금 및 해고 보상금 총액은 일부 주식 보상분을 포함해 최대 8억 8700만 달러(한화 약 1조 2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