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사진=라이브 제공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사진=라이브 제공
배움의 가치는 언제든, 누구에게나 삶의 큰 변화를 가져다 준다. 여든 살을 넘겨 배운 한글은 더욱 그랬다. 글을 보고 쓴다는 일은 할머니들에게 자신감이 되어줬고, 직접 연필을 쥐고 써내려간 시는 지나온 세월의 중요한 순간을 반추하고 새기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교복을 입어본 할머니들은 "우리는 가시나들!"이라고 외쳤다.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 가장 시를 쓰기 좋은 나이!"라는 뜻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원작으로 한 실화 기반의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또 한 번 관객들과 뜨겁게 소통하며 한 달 반에 걸친 서울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인생 팔십줄에 한글을 깨치고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실제 문해학교 할머니 학생들이 쓴 시 20여 편을 넘버로 풀어냈다. 따뜻한 이야기와 친숙하게 귀에 감기는 넘버, 짜임새 있게 엮어낸 할머니 4인의 서사로 지난해 초연이 호평을 받았던 바다.

작품은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400석 미만), 연출상(오경택), 극본상(김하진) 등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높은 완성도로 빠르게 올해 곧바로 재연에 돌입할 수 있었다. 재연에는 오리지널 캐스트와 뉴 캐스트가 어우러졌다. 초연부터 함께한 구옥분, 김아영, 박채원, 허순미, 강하나, 이예지, 강정우, 김지철, 하은주는 탄탄한 연기력과 깊어진 캐릭터 해석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차청화, 김미려, 김나희, 장민수, 신진경이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사진=라이브 제공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사진=라이브 제공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사진=라이브 제공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사진=라이브 제공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노인의 애환을 조명하고 감동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쾌한 분위기로 기분 좋은 공감과 교훈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배움에 임하는 할머니들의 자세는 마냥 진지하고 무겁지 않다. 때로는 고되고, 한편으로는 덧없이 느껴지기도 하는 현재의 삶을 오히려 경쾌하게 즐길 줄 아는 여유를 보여준다. 이 행복한 기운에 배움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작품의 긍정적인 영향은 무대 밖으로도 이어졌다. 제작사 라이브는 지난 6월 5일 성인 문해교육기관인 '푸른어머니학교'의 학습자 및 교사 100명을 공연에 초청했다. 이어서 6월 19일에는 한국산업은행의 후원으로 수도권 문해교육기관의 학습자 및 교사, 관계자 187명이 공연을 관람했다.

마음에 온기가 필요할 때, 삶을 힘차게 살아갈 동력이 필요한 순간에 반드시 봐야 할 공연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깊은 여운을 남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에 더없이 귀한 작품이다. 재미까지 있으니 일석이조다.

공연은 지방 투어로 이어진다. 오는 8월 안동을 시작으로, 광주, 김해, 거창, 안산, 과천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