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된 임원 누구길래…'섬뜩한 경고'에 몸값 급등
기업들, CSO 인재상 변화
'경영 아는 안전리더' 선호
임원급 '안전인재' 스카웃↑
'경영 아는 안전리더' 선호
임원급 '안전인재' 스카웃↑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은 25일 리멤버 커넥트를 통해 "앞으로는 '안전만 아는 안전관리자'일수록 가장 먼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미 기업들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히 안전업무를 강화한 법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체계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법이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이 CSO(최고안전책임자)를 가장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CSO를 안전관리자의 상위 직급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다른 역할"이라며 "안전관리자는 현장을 관리한다. 반면 CSO는 회사를 움직인다"고 했다.
정 회장은 "실제 국내 대기업들을 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는데 CSO 자리에 임명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기존 안전관리자가 아니다"라며 "현장소장, 사업본부장, 기술임원, 대표이사 출신이 더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안전보다 더 어려운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기업은 안전 전문가보다 '경영이 가능한 안전 리더'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임원급 산업안전 인력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닷컴이 리멤버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업안전 직군 임원급 스카웃 제안 건수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23년 4%, 2024년 17.1%, 지난해 7.6% 증가했다. 대기업·중견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인 2023~2024년에 임원급 인재를 확보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력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최근 이 부문 채용시장은 뒤늦게 대응에 나선 중소기업들이 안전 분야 리더를 확보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안전 직군 스카웃 제안 발송 기업을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비중이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이 65.2%로 절반을 넘었다.
기업들은 산업안전 부문 중간 리더층을 확보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5~12년차 산업안전 직군 스카웃 제안 건수는 전년보다 38.8% 늘었다. 특히 9~12년차의 경우 59.6% 증가했다.
C레벨 전문 헤드헌팅 서치펌 브리스캔영은 "산업안전 직무는 단순한 현장 통제를 넘어, 산업별 특성에 맞춰 전문 역량이 정교하게 분화되고 있다"며 "대기업 및 지주 조직의 경우 전사 차원의 안전 전략과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역할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CSO 등 임원급 안전 관리 직무는 개별 사고 대응이라는 소극적 역할을 넘어, 전사적 안전보건 체계를 설계하고 조직 전반에 안전 경영을 내재화하는 '전략적 리더십' 역할로 확대되고 있다"며 "공정안전(PSM)이 중요한 화학·에너지·반도체 산업, 대규모 조직 운영이 필수적인 철강·중공업, 현장 안전 통제가 핵심인 건설 산업 등을 중심으로 전문 인력·리더급 채용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안전관리자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스스로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을 더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경영을 배우고 재무를 이해해야 한다. 법률을 알아야 하고 노무를 공부해야 한다. AI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데이터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의 시작점도 현장이 아니라 경영 판단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정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사고는 현장에서 발생하지만 사고를 만드는 결정은 대부분 회의실에서 이뤄진다"며 "공기 단축, 원가 절감, 인력 축소, 협력업체 선정 등 이 모든 의사결정은 안전관리자가 아닌 경영진이 내린다"고 했다.
AI 확산도 안전관리자의 역할 변화를 앞당길 변수로 꼽았다. 정 회장은 "AI는 위험성평가를 돕고 법령 검색을 자동화하며 데이터를 분석할 것"이라며 "단순한 서류 작성 업무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장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해석하며, 경영진을 설득하고,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사람. 그 사람이 미래의 CSO"라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