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빨리 끓는 유럽…2050년에 온다던 폭염, 올해 덮쳤다
스페인·이탈리아, 기온 40도 넘고
佛, 냉각수 온도 상승에 원전 중단
철도 선로 달궈져 교통 차질 우려
佛, 냉각수 온도 상승에 원전 중단
철도 선로 달궈져 교통 차질 우려
23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유럽 대륙은 40도 안팎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는 전국 96개 지역 가운데 35곳에 최고 단계인 적색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파리와 부르고뉴는 39~40도까지 기온이 치솟았고 일부 지역은 41도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상황도 심각하다. 스페인에서는 전국적인 폭염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 기온이 40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마 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등 15개 도시에 적색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적색 폭염경보는 건강한 성인 몸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을 때 내린다.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지난 5일 동안 폭염과 관련된 익사 사망자가 4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13세 소녀가 센강에서 목숨을 잃었고, 론강에서 구조된 젊은 프로 축구선수는 중태에 빠졌다. 주차된 차량에 있던 2세와 4세 유아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폭염은 에너지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 남서부 골페시 원자력발전소는 가론강 수온 상승으로 지난 22일 밤 가동을 중단했다. 프랑스 법에 따르면 원자로 냉각에 사용되는 강물 온도는 28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
관광 명소도 직격탄을 맞았다. 에펠탑은 고온 예보로 이날 조기 폐장했다. 당초 이튿날 0시45분까지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오후 4시에 문을 닫았다. 루브르박물관도 폐관 시간을 기존 오후 6시에서 오후 4시로 앞당겼다. 박물관 측은 “건물 자체가 취약해 기후변화에 충분히 적응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교통 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주지사는 시민에게 이동을 자제하고 재택근무를 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철도 선로는 50도를 넘는 온도를 견디지 못한다”며 “대중교통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프랑스에서 이념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극우 정당으로 분류되는 국민전선은 “좌파와 녹색당이 이념적으로 냉방에 반대하고 있다”며 병원, 학교 등지에 대규모 냉방 설비 설치를 공약했다. 이에 녹색당 등은 “냉방을 위한 에너지 생산이 온난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건물 리모델링과 녹지 확보를 주장했다.
이번 폭염의 배경으로는 기후변화가 지목된다. 세계기상기구(WMO)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 최근 서유럽 상공에 형성된 ‘열돔’ 현상도 폭염을 키우고 있다.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유입된 뜨거운 공기가 고기압에 갇힌 가운데 강한 여름 햇볕이 더위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