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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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점검하는 정책연구가 추진된다.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메모리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호황기 이후에 대비할 전략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최근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진단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진단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골자다. 국가별 기술경쟁력 수준을 분석한 뒤 향후 정책 방향을 제언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KIAT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구조적 불안을 연구 배경으로 꼽았다. 한국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하고 있다. 2024년 1419억달러, 지난해 1734억달러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 3년 연속 역대 최고치 경신이 전망된다.

다만 수출 성과가 메모리 반도체에 다소 편중된 점이 과제로 제시됐다. KIAT는 "메모리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약 2~3년 주기로 호황·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라며 "다가올 위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업황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다운턴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상황은 아니란 뜻이다.

실제 메모리 시장 전망은 당분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메모리 시장은 전년보다 4배 성장한 15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엔 2100조원 수준으로 확대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시장 성장세는 서버용 메모리가 이끈다는 분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전체 메모리 매출에서 서버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7%에서 올해 56%를 기록한 뒤 내년에 57%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투자가 늘면서 고성능·대용량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공급 확대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접어들 경우 가격 조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카운터포인트는 2027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AI 수요가 버티더라도 생산능력 확대가 한꺼번에 맞물리면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KIAT가 중장기 경쟁력 진단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최근 AI 서버 수요가 견인하는 업황은 차이가 있지만 다가올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도체 시장의 약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산업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KIAT의 설명이다.

연구 범위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글로벌 산업구조를 분석한다. 반도체 밸류체인의 각 단계와 국가별 무역구조를 살핀다. 주요 반도체 품목별·기업별·국가별 통계 분석도 수행한다.

이와 함께 국가별 기술경쟁력도 분석한다. 이를 위해 설계, 제조, 소재·부품·장비 등 분야별 기술격차와 시장점유율을 확인한다. 제조 분야에선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나눠 조사를 진행한다. 이를 토대로 향후 정책 방향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는 전문가 의견 수렴·심층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된다. 업계 목소리를 직접 듣고 글로벌 통계와 국내외 정책 사례를 비교·분석하는 방식이다. 분야별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과제도 수행한다.

연구 결과는 정부의 반도체 정책 수립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내년 반도체 산업과 수출 전망에 활용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AI 시대, 반도체산업 전략'의 후속조치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 로드맵 수립, 글로벌 경쟁국 제도와 비교한 세제·예산 지원 등 업계 지원 방안 마련에도 참고자료로 쓰인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