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우월주의는 자멸적 세계관…反이민이 성장 저해"
김선민 美 다트머스대 교수
'인종에 관한 다루기 힘든 사실들'
전미사회학회 우수도서상 수상
'인종에 관한 다루기 힘든 사실들'
전미사회학회 우수도서상 수상
현대 이민사와 인종문제를 연구하는 김선민 미국 다트머스대 사회학과 교수(45·사진)는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민자를 배척하려는 미국 내 분위기와 관련해 그는 “타자와 관계를 맺을수록 자신은 잘못되고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가로막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1907년부터 1911년까지 미국 정부가 운영했던 이민 위원회(‘딜링엄 위원회’)의 자료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 말 펴낸 미국의 인종 개념 변화에 관한 책 ‘인종에 관한 다루기 힘든 사실들’로 전미사회학회(ASA)의 우수학술도서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2016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인들을 “강간범”이라고 주장하던 순간이 이 책을 쓴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한때는 미국 내에서 일본인의 코 크기를 측정해서 유태인보다 일본인이 더 동유럽의 백인에 가깝다는 주장도 여럿 등장했다”며 “식민제국을 운영하는 일본은 식민 지배를 받는 중국이나 한국과 달리 더 우월하고, 백인 사회에 동화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보면 황당한 주장이지만 당시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은 태평양 건너 일본과 가까워지려 노력했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찾는 연구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유태인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백인은 커녕 ‘아시아(동쪽)에서 온’ 사람들로 취급받았다. 김 교수는 “실제의 아시아와 상관 없이 백인 주류사회에서 ‘그들은 우리하고 다르다’는 뜻으로 그렇게 분류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세력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세력은 강력한 백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인종이 의도적으로 백인을 주류사회에서 밀어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대체이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음모론의 영향이다. 김 교수는 “백인이 더 우월하다면 다른 인종에 대체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돈과 물자가 순환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민만 막겠다는 정책은 결국 자본주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일터·친구와 같은 공동체 요소를 강화하고, 오히려 젊은 층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확장시키는 것이 진짜로 성장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