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보호자 요청에 병실서 '가위로' 다리 잘라냈다
수술실 없는 요양병원서 환자 다리 절단 의문 컸지만
경찰 "병원 측, 이미 무릎 부위 분리된 상태라고 진술"
경찰 "병원 측, 이미 무릎 부위 분리된 상태라고 진술"
19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인천 연수구 송도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발견된 다리는 인천 중구 소재 A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89세 여성 환자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환자는 지난 1일 A요양병원에 입원했고, 입원 당시 이미 다리 괴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환자의 무릎 부위가 사실상 분리돼 있었고, 신경 손상도 심해 마취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였다는 병원 측 진술을 확보했다.
절단은 지난 8일 병실에서 이뤄졌다. 해당 요양병원에는 별도의 수술실이 없었다. 병원 측은 경찰 조사에서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무릎 부위가 이미 분리된 상태였고, 다리 뒷부분을 가위로 절단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병실에서 이뤄진 절단 행위가 의료법상 문제가 되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보건복지부와 의사단체, 법률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아 위법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환자는 기존에 대형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는 판단을 받고 퇴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 어려웠고, 가족들이 A요양병원에 입원과 처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단 당시 보호자도 병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괴사 원인에 대해 "연세가 굉장히 많고 노환으로 심장이 약해져 심장 박동으로 피가 몸 전체까지 돌아야 하는데 다리 쪽까지 피가 잘 가지 못하다 보니 산소 공급과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다리가 괴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절단된 다리는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재활용품으로 잘못 배출됐다. 병원 측은 절단된 다리를 붕대에 감싸 의료폐기물 전용 봉투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튿날 병원에서 청소 자원봉사를 하던 60대 남성이 이를 의료용 석고로 착각해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옮겨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자원봉사자가 다리를 다른 봉투에 옮겨 담아 나가는 장면이 담긴 병원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당초 시신 훼손이나 유기 등 강력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했다. 발견된 신체 일부의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재활용품 수거 지역도 광범위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려 수거 동선과 CCTV 등을 확인했다. 그러나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병원 관계자가 자체적으로 CCTV를 확인한 뒤 지난 17일 경찰서를 찾아 신고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병원 측은 "우리 병원에서 나간 다리가 잘못 분류돼 재활용품으로 간 것 같다"는 취지로 경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요양병원 법인과 관리 책임자, 쓰레기를 배출한 자원봉사자 등을 상대로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신체 조직 등 의료폐기물은 전용 용기에 담아 일반 폐기물과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현재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의료법 위반 여부는 전문가 자문을 통해 좀 더 명확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