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걸린 보고서 1분 만에"…강태영의 AI 승부처 '기업금융'
중소기업 재무담당 직원의 가장 큰 고충은 월별 자금현황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매달 은행 기업뱅킹에 접속해 계좌 거래 내역을 일일이 조회하고 수치를 집계하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린다. 하지만 앞으로 농협은행에선 이 같은 고충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은행이 선보일 기업금융 전용 인공지능(AI) 에이전트에 “지난달 자금 현황을 요약해줘”라고 입력만 하면 관련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1분 만에 받아볼 수 있어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달 중 기업금융 전용 AI 에이전트 구축을 맡을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이 은행은 기업 재무 담당자가 채팅 방식으로 사용하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편의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대화창에 “회사 대출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 알려줘”나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상환해야 할 금액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려줘”라고 입력하면 AI가 질문에 맞는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적용 범위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재무 분석뿐 아니라 외환, 퇴직연금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연계할 계획이다.

이 AI 에이전트는 강태영 농협은행장(사진)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강 행장은 지난 9일 ‘에이전틱 AI 뱅크’로 도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모든 은행 업무에 AI를 적용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개인여신(리테일)보다 기업금융에 AI를 접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자산관리 등 리테일 분야의 AI 개발에 집중하는 경쟁사와는 다른 행보다.

강 행장은 메뉴 탐색과 반복 조회 등 번거로운 재무 업무가 많은 기업에 AI를 도입하면 효과가 더욱 극대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농협은행이 최근 149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대화형 기업금융 조회(30%)’와 ‘자금흐름 예측 서비스(14%)’를 AI 우선 적용 분야로 꼽은 응답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생산적 금융 추진으로 기업금융의 중요성이 커진 점도 고려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은 이전보다 기업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2022년 말 98조5857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16조82억원으로 17.7% 늘었다.

농협은행은 기업금융 AI 에이전트 도입을 계기로 AI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 은행은 지난달 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애자일소다 지분을 매입해 주목받았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