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A급 전범’이라는 폭언을 들은 임원, 이익을 부풀릴 방안을 찾기 위해 밤새워 일하라는 지시를 받은 재무 책임자, 최고경영자의 눈치만 보던 ‘그림자 감사관’.

세계 최대 모터 제조업체인 일본 니덱(일본전산)의 민낯이다. 창업자 나가모리 시게노부 명예회장의 강압적 성과주의가 대규모 회계·품질 부정으로 이어지며 일본 경제계에 충격을 줬다. 권위주의 경영과 일본식 감사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 부진은 A급 전범"…강압 경영에 파국 맞은 日니덱

◇회계 부정에 증시 퇴출 위기

니덱은 지난해 9월 1600억엔에 이르는 이익을 부풀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문제가 불거졌다. 올해 4월에는 설계 변경과 검사 데이터 조작으로 1000건에 이르는 품질 관련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회사가 설치한 독립위원회는 2500억엔 규모의 자산 손상차손을 반영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0월까지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도쿄증권거래소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나가모리 회장의 과도한 압박이 문제를 야기한 이유로 지적됐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임원들에게 ‘손실은 죄악’이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매월 이익 수치를 개선하라는 압박에 재무 책임자들은 비용 인식 연기와 손상차손 회피, 비용의 자산화 등 회계기법을 총동원해 서류상 이익을 조작했다. 한 임원은 “무엇이 회사에 필요한지보다 어떻게 하면 회장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내부 감사조직은 나가모리 회장을 위한 ‘첩보조직’으로 운영됐다. 조직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 그에게만 보고했으며 사외이사, 감사인과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품질 부정 의혹 역시 같은 맥락에서 초래됐다. 납기 준수와 목표 달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문화가 현장에 과도한 부담을 줘 설계 변경, 품질관리 절차 우회가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태양보다 뜨거운 사나이’의 몰락

나가모리 회장은 1973년 네 명의 직원과 함께 회사를 창업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적자 기업을 인수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으로 회사의 덩치를 키웠다. 현지 조달률, 불량률, 재고 수준까지 세세하게 관리했고 볼펜 한 자루 값까지 따질 정도로 비용 절감을 강조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창업경영자로 평가받았다.

그는 2005년 <지금 당장 하라! 반드시 하라! 될 때까지 하라!>라는 책을 출간할 정도로 강한 추진력으로 유명했다. 니덱은 나가모리 회장을 영웅으로 묘사한 만화 ‘태양보다 뜨거운 사나이’를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과 준법 경영은 뒷전으로 밀렸다.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도 도마에 올랐다. 니덱은 “이사회가 학계와 관료 출신 중심으로 구성돼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기능이 약했다”고 인정했다. 일본 정치권은 이번 사건이 과거 도시바 분식회계 사건과 비슷한 구조라며 회계감사 실효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나가모리 회장은 2025년 12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퇴진하며 “니덱은 불멸이다. 더 높은 인생의 무대를 향해 인재 육성이라는 또 하나의 꿈에 도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나가모리 회장이 강조해 온 강한 실행력과 성과주의가 조직을 왜곡하고 부정을 낳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니덱의 성공 신화를 쓴 경영 방식이 동시에 최대 위기를 초래한 셈”이라고 짚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