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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합의에 식품업계 숨통 트이나…유가·운임 안정 기대
15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전쟁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골자로 한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 식품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변수는 유가다. 유가는 단순히 에너지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가스비, 냉장·냉동 물류비, 선박 연료비, 포장재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특히 밀가루, 식용유, 사료용 곡물, 커피, 코코아, 향신료 등은 수입 비중이 높아 국제유가와 운임,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국내 도착 원가가 빠르게 높아진다.
올해 초 중동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업계는 같은 부담을 겪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 상승 가능성이 제기됐고,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수입 원재료를 쓰는 식품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이번에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며 유가가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날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밀렸다.
전쟁 기간 동안 포장재 주요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커진 포장재 수급과 가격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나프타 공급량은 전쟁 직후 평시 대비 약 70% 수준까지 감소했지만, 최근 85~90%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이어질 경우 포장재 수급이 굉장히 걱정되는 상황이었는데 한숨 돌렸다"고 했다.
다만 원가 부담 완화가 곧바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다. 식품기업들은 보통 주요 원재료를 2~3개월치 선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 가격 변동이 실제 제조원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다. 이미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재료 재고가 남아 있는 데다, 인건비·물류비·포장재·공공요금 등 고정비 부담도 여전하다. 유가가 내려도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수입 원재료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업계별 체감도도 다를 전망이다. 제분·제당·식용유·사료업계처럼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유가와 운임 하락 효과를 비교적 크게 느낄 수 있다. 라면·과자·빵·가정간편식 업체도 밀가루, 팜유, 대두유, 포장재 가격 안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는 원재료 외에도 임차료와 인건비 부담이 커 가격 인하 여력은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면 물류와 에너지, 포장재 쪽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미 오른 원가가 많고 계약 시차도 있어 당장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