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보다 낮은 시급 안 된다"…노동계, 최저임금 1만2000원 요구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16.3% 오른 수준이다. 경영계가 소상공인 부담 등을 이유로 동결 또는 낮은 인상률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올해 최저임금 심의도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급은 250만80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1680원, 16.3% 인상한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노동계가 최저임금 수준과 관련해 올해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요구안이다.

양대노총은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3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2.37%로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 2.66%보다 낮았다"고 지적했다.

생계비와 최저임금 간 격차도 근거로 들었다. 양대노총은 "2025년 최저임금위원회 기준 생계비는 월 275만4000원인데,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215만원 수준에 그쳐 생계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2027년 적정 실태생계비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3737원이라는 게 노동계 설명이다. 양대노총은 현실적인 인상 폭을 고려해 적정 생계비의 87.4%인 1만2000원을 내년도 최초 요구안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뿐 아니라 내수 회복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대노총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생명줄이자 우리 사회의 평등과 정의를 가늠하는 척도"라며 "경제 회복의 과실이 일부에게만 집중되는 불평등한 성장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노동의 저평가 문제도 언급됐다. 최순인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의 성별 임금격차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저평가된 여성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출발점으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은 택배·배달기사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도 다시 요구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는 "택배·배달·대리운전 노동자들과 학습지, 방과 후 강사, 가정방문 기사들의 절박한 요구만큼 정부의 후속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지연된 정의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 폐지, 수습·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감액 및 적용 제외 규정 개선, 체불임금 예방과 제재 강화도 촉구했다.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경영난 대책으로는 일자리안정자금 재도입, 각종 수수료 인하, 하도급법 및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개정 등을 제안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결정한다. 경영계는 아직 최초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소상공인 부담과 경기 부진 등을 이유로 동결 또는 낮은 수준의 인상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은 2022년 9160원, 2023년 9620원, 2024년 9860원, 2025년 1만30원, 2026년 1만320원이었다. 전년 대비 인상률은 각각 5.05%, 5.0%, 2.5%, 1.7%, 2.9%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다만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법정 시한을 지킨 사례는 9차례에 그쳤다. 법정 시한을 넘기더라도 남은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최저임금위는 7월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한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16일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은 다음 주 중 최저임금위에 제시된 뒤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