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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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북 전주 만성동 일대가 국내외 금융회사들의 현장 거점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 국내 대형 부동산 운용사들이 국민연금 본부 주변에 사무소를 열면서 기금본부 앞 오공로 일대가 자산운용 클러스터로 재편되고 있다. 전주 금융중심지 조성이 구호를 넘어 실제 공간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만성동에 몰린 월가·여의도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자산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은 전주 만성동에 새 사무실을 마련하고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마스턴이 합류하면 국내 부동산 운용업계 대표주자로 꼽히는 ‘이·마·코’(이지스자산운용·마스턴투자운용·코람코자산운용)가 모두 국민연금 앞에 현장 거점을 두게 된다. 국민연금의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출자 경쟁이 제안서 제출을 넘어 상시 소통과 사후관리 역량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랙록·골드만…글로벌 금융사 잇단 전주行
전주행은 국내 운용사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까지 전주 거점 마련을 완료했거나 계획을 확정한 국내외 금융회사는 총 25곳이다. 올 상반기 블랙록과 알리안츠인베스터스 등 7개 금융회사가 이전을 마쳤고, 하반기에는 골드만삭스, 캡스톤자산운용, KB금융, 퍼시픽자산운용 등이 추가로 이전할 예정이다.

운용자산 약 160조원 규모의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스타우드캐피털도 하반기 전주 사무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우드캐피털은 부동산과 호텔,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부동산 대출 등 실물자산 투자에 특화한 운용사다. 국민연금과의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국내 운용사들과의 실물자산 투자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운용사들이 전주 거점 확보에 나서는 배경에는 국민연금의 막강한 자금력이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1500조원대로 불어났다. 글로벌 연기금 순위에서도 최상위권에 드는 국민연금의 자금력이 국내외 금융회사를 전주로 끌어당기는 ‘자본 중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확대도 운용사들을 전주로 모이게 하는 핵심 배경이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 247조6000억원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6.2%를 차지한다. 2015년 말 11.5% 수준이던 대체투자 비중이 10년 새 5%포인트가량 높아진 것이다.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프라이빗크레딧 등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운용사들은 펀드 조성부터 투자 집행, 자산관리, 회수 전략까지 기금운용본부와 수시로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사무실 품귀에 월세 부담도 커져

금융회사들은 국민연금 본부를 중심으로 한 도보권에 압축적으로 모이고 있다. 국민연금 맞은편 주변 주요 건물에는 국내 부동산 운용사, 글로벌 운용사, 증권사, 투자자문사 등이 잇따라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운용사와 증권사가 사무실 인테리어를 마치고 건물 외벽이나 사무공간에 회사 간판을 내걸면서 변화가 거리 풍경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과거 혁신도시 배후 상권 성격이 강했던 만성동이 국민연금과 금융회사가 마주 보는 업무지구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금융회사들의 전주행이 빨라지는 속도에 비해 정주·업무 인프라는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 인근에는 금융회사가 선호하는 보안·주차·통신 인프라를 갖춘 사무공간이 많지 않아 금융회사들이 사무실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선호 사무실 임대료는 지난 1년 새 두 배 이상 올랐다. 금융회사 직원과 국민연금 관계자 수요가 늘면서 인근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KTX 익산역과 국민연금공단을 잇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금융회사 직원과 방문객들의 불편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운용사 현지 사무소 관계자는 “전주 사무소 개소는 국민연금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상징적 조치이자 실무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며 “전주 금융중심지가 실질적인 생태계로 자리 잡으려면 사무공간과 정주 여건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