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이후 석탄 수입단가가 예년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가스 등 에너지 공급 대란 여파로 글로벌 석탄 가격이 오른 흐름과 대조된다. 국내 발전·철강업계가 고가의 미국·호주산 비중을 줄이고 가성비 높은 러시아·인도네시아산으로 수입처를 발 빠르게 다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석탄 수입량은 908만t으로 전년 동월(714만t) 대비 약 27.2% 급증했다. 통상 난방용 석탄 수요가 꺾이는 봄철인데도 초겨울 수준의 수입량을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가스 등 에너지 운송로 리스크가 커지자 기저 전원인 석탄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탄 수요가 뛰었지만 t당 수입 가격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난 4월 석탄 평균 수입 단가는 t당 129.2달러로, 전년 동기(t당 129.5달러) 대비 소폭 하락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일었던 2023년 4월(t당 198.9달러)과 비교하면 35%가량 급락했다.
석탄의 주요 수요층인 발전사와 철강사의 수입 다변화 영향으로 단가가 떨어졌다. 이들이 품질은 높지만 비싼 주요 생산국 석탄 대신 저렴한 스폿 물량을 긁어모으는 불황형 원가 절감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고품질 유연탄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산 수입은 1년 새 53만t에서 32만t으로 40%가량 쪼그라들었다. 한국의 최대 수입국인 호주산 물량 역시 4.5% 줄었다.
빈자리는 인도네시아산과 러시아산이 채웠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산 석탄 수입량은 144만t에서 156만t으로 8.3% 늘었다. 인도네시아산은 발열량이 낮은 아역청탄 등 저등급 석탄 비중이 높지만, 노천 채굴이 가능해 생산단가와 운송비가 압도적으로 낮다.
서방 제재로 디스카운트(할인)가 적용된 러시아산 석탄 도입도 증가했다. 지난 4월 러시아산 수입량은 226만t으로 전년 동월(99만t) 대비 두 배로 늘었다. 러시아는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한국의 2위 석탄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콜롬비아와 페루, 뉴질랜드 등 평소 비중이 작던 국가로부터의 수입량도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 좋은 저등급 석탄을 고등급 석탄과 섞어 쓰는 혼합 연소 기술로 원가 절감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