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왼쪽 첫 번째)가 심장 질환자의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시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송종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왼쪽 첫 번째)가 심장 질환자의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시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20만 명.’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을 찾아 치료받은 환자 수다. 송종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사진)는 국내 1위 심장병원을 이끌고 있는 심장 초음파 분야 명의다. 초음파 검사는 심장 문제를 파악하는 첫 관문이다. 대동맥, 심근 등을 파편적으로 이해하는 다른 의사와 달리 초음파 전담 의사는 심장 전체 기능과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심장 모든 분야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제너럴리스트’로 불리는 이유다. 송 교수는 “초음파 검사로 심장 질환 진단 정확도를 높여 세계 표준을 발굴하는 등 ‘아산 글로벌 스탠더드(AGS)’를 만들고 있다”며 “선천성 심장질환자가 질병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심방 사이 구멍, 진단 기술 개발

3D 초음파로 진단 정확도 높여…선천성 심장질환 치료 혁신
송 교수는 심장 기형을 찾아내 정상 생활을 하도록 돕는 ‘성인 선천성 심장질환’ 분야 국내 최고 명의다. 심장 기형은 모양과 증상이 다양하다. 맞춤 치료를 위해선 진단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그가 초음파를 활용한 진단법 개발에 집중해 온 이유다. 선천성 심장질환 중 흔한 것 중 하나가 심방중격결손이다. 왼쪽과 오른쪽 심방 사이 벽에 구멍이 난 질환이다.

심장엔 좌심방과 우심방, 좌심실, 우심실 등 네 개의 공간이 있다. 온몸을 순환한 뒤 산소가 부족해진 혈액은 우심방을 통해 우심실로 이동하고 폐동맥을 거쳐 폐로 들어가 산소를 공급받는다. 폐에서 산소를 보충하고 정화된 혈액은 폐정맥을 거쳐 좌심방, 좌심실로 이동한다. 좌심실은 혈액을 온 몸 곳곳으로 보낸다.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 구멍이 있으면 좌심방으로 간 혈액이 우심방으로 역류할 수 있다. 구멍이 작으면 문제없이 생활하기도 하지만 구멍이 크면 폐에 혈류가 정체되고 우심방과 심실 부담이 커져 폐동맥 고혈압 등이 생긴다. 심장이 기능을 못 하는 심부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근본 치료법은 심방 사이 구멍을 막는 것이다. 과거엔 심장을 여는 수술로만 치료했지만 최근엔 가는 관(카테터) 등을 이용해 개흉 수술 없이도 치료한다. 이때 구멍의 모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환자마다 구멍의 위치와 모양이 제각각인데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재발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시술 정확도 높이고 부담 줄여

송 교수는 3차원(3D) 심장초음파로 구멍 모양을 파악하는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거엔 구멍에 풍선을 넣은 뒤 이 풍선을 부풀리면서 엑스레이를 찍어 구멍의 직경을 파악했다. 하지만 부푼 풍선 때문에 구멍이 실제보다 크게 측정되는 일이 흔했다. 풍선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구멍이 찢어지기도 했다. 타원형처럼 구멍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환자는 풍선만으로 모양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컸다. 풍선을 부풀리고 구멍 크기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추가 합병증이 생기는 일도 흔했다.

송 교수는 2012년부터 초음파가 달린 내시경을 식도로 넣어 심장 상태를 3D 영상으로 관찰하는 진단법 개발에 집중했다. 구멍 모양과 크기에 따라 두 진단법을 비교하면서 새 진단법이 기존 진단법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올해 2월 발표한 3D 진단법의 치료 성공률은 99.7%에 이른다. 2016년 9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새 진단법을 활용해 시술한 환자 748명 중 시술 도중 문제가 생겨 수술로 전환한 환자는 한 명밖에 없었다. 시술에 걸린 시간도 평균 18분으로, 풍선을 활용한 방법(45~66분)보다 크게 단축했다. 세계적으로도 앞선 기술을 먼저 도입한 결과다. 그는 “환자들의 마취 부담과 방사선 노출을 크게 줄인 ‘환자 중심 의료’가 가능해졌다”며 “구멍을 막는 폐쇄 기구 크기를 결정하는 표준화된 국제 지침이 없기 때문에 추후 진단 가이드라인 제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선 이를 이미 표준 진단법으로 쓰고 있다.

◇“어떤 의사 만나도 같은 진료”

송 교수는 영상 검사로 대동맥 박리 환자 치료 성적 등(예후)을 예측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심낭염 환자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는 진단법도 마찬가지다. 심장병원장에 취임한 뒤엔 진료 시스템 표준화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심장병원 의사들의 치료 성적을 담은 ‘아웃컴즈 북’을 처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고난도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병원에선 치료 성적을 공개에 적지않은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발행을 결정했다. 그는 “병원 맞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는 기준을 구축해야 진료 수준을 계속 높일 수 있다”며 “판막, 대동맥, 심부전, 부정맥 등 파트마다 평가 시스템을 조정했다”고 했다.

지역 병원과 365일, 24시간 진료를 연계하는 핫라인도 구축했다. 의료 사각지대에 사는 고위험 환자의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가 이끄는 심장병원은 ‘세계 임상 의사의 교과서’로 꼽히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10편의 논문을 냈다. 국내 최다다. 주요 심혈관 시술은 연간 5500여 건, 수술은 1830여 건 시행한다. 송 교수의 치료 목표는 선천성 심장 환자가 평생 온전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영유아기엔 청색증이나 숨이 차는 증상 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조절을 위한 약을 처방받았다면 꼬박꼬박 잘 복용해야 평생 혈관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약력

△1990년 서울대 의대 졸업
△1990~1995년 서울대병원 전공의 수련
△1998~2001년 서울대병원 임상강사
△2001년~ 현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2023년~현재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
△2025년~현재 서울아산병원 내과 과장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