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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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대학생을 겨냥한 반도체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인공지능(AI) 반도체 같은 낯선 기술들을 Z세대 소셜미디어(SNS) 문법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치열해지는 인재 확보 경쟁 속에 미래 인재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기술 콘텐츠도 예능처럼

사진=SK하이닉스 유튜브 채널 캡처
사진=SK하이닉스 유튜브 채널 캡처
11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유튜브에 공개한 '하닉에서 일하고 싶어?' 문구의 영상에는 SK하이닉스 대학생 앰버서더들이 신창환 고려대 교수에게 HBM과 AI 반도체에 대해 묻는 장면이 담겼다.

이번 영상은 SK하이닉스가 최근 이어온 대학생 눈높이 콘텐츠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화제를 모았던 HBM을 남자친구에 비유한 숏폼에서는 16단 HBM에 적용된 첨단 패키징 기술을 설명하며 "마라탕을 16층으로 쌓아서 준다"는 표현을 활용했다. D램·낸드플래시·SSD·HBM을 성격유형검사처럼 소개한 '메모리 MBTI'도 선보였다.

이번 영상도 분위기는 딱딱한 기술 강의와 거리가 멀었다. 한 출연자가 "동경하는 교수님이 오신다고 해서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있다"고 하자 다른 출연자는 "교수님이랑 저녁 식사까지 해야 될 것 같다"고 받았다.

취업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오갔다. 한 출연자가 HBM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하자 다른 출연자는 "바로 하이닉스 취업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기술 설명 영상이지만, 대학생들이 회사를 친근하게 느낄 만한 장면이 곳곳에 배치됐다.

신 교수는 HBM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첨병으로서 최선단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효자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HBM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는 출연자들과 함께 "H! 하이닉스, B! 베스트, M! 메모리"라는 삼행시를 외치기도 했다.

지하철·엘리베이터에 빗댄 HBM

기술 설명은 쉬운 비유 중심으로 이어졌다. 신 교수는 HBM을 기존 D램 칩 여러 개를 위로 쌓아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HBM4는 D램 칩 16개를 쌓아 하나의 HBM으로 만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AI 시대에 HBM이 주목받는 이유도 짚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지만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GPU에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커졌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범용 D램과 HBM의 차이는 비행기와 지하철에 빗대 설명됐다. 비행기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지만 탑승에 시간이 걸린다. 반면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짧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이 동시에 타고 내린다. HBM은 데이터가 드나드는 길을 넓혀 AI 반도체에 필요한 데이터를 한꺼번에 많이 보내는 메모리라는 얘기다.

SK하이닉스의 핵심 HBM 기술도 학생 눈높이에 맞춰 소개됐다. 신 교수는 칩을 수직으로 쌓은 뒤 가운데 구멍을 뚫어 데이터를 오가게 하는 TSV를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비유했다. 칩을 쌓은 뒤 액체 상태의 보호 물질을 넣어 굳히는 MR-MUF 방식은 얇은 웨이퍼가 휘는 문제를 줄이는 기술로 설명했다.

공채 조회수 1위…채용 브랜딩 경쟁

사진=SK하이닉스 대학생 앰버서더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사진=SK하이닉스 대학생 앰버서더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대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콘텐츠도 눈에 띈다. 인스타그램 앰버서더 계정에는 'HBM 설명하면서 몰래 영어 발음 챌린지하기' 같은 숏폼이 올라와 있다. 가방 속 소지품을 소개하는 '공대생 왓츠 인 마이 백',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일상을 담는 콘텐츠 등 Z세대에게 익숙한 형식에 반도체를 자연스럽게 얹는 식이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대학생 대상 콘텐츠를 늘리는 배경에는 반도체 업계의 치열한 인재 확보 경쟁이 있다. HBM 호황으로 구직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기업들도 채용 공고를 넘어 온라인 콘텐츠로 미래 인재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영상 말미에는 비(非)전공자도 반도체 분야에 관심을 가져도 되는지 묻는 질문도 나왔다. 신 교수는 "전기전자, 신소재, 화학공학, 반도체를 공부한 학생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인재들도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 전기 공급, 팹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재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채용 브랜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재 전쟁이 정말 뜨겁다"며 "좋은 인재를 뽑는 것뿐 아니라 회사에 맞는 인재를 키우고 오래 머물게 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지난 3월부터 5월 둘째 주까지 자사 공채 소식 페이지 조회수를 분석한 결과, 구직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기업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전체 조회수의 6.1%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기아가 5.1%로 2위, 현대차가 4.5%로 3위였다. 삼성전자는 4.4%로 4위였다.

실적 개선과 성과급 기대감도 구직자 관심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HBM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눈높이가 높아졌고, 직원 보상 수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역대급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SK하이닉스는 대학생 대상 소통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숏폼을 포함한 다양한 브랜디드 콘텐츠는 회사 전반의 소식과 정보를 더 쉽고 흥미롭게 전달해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대중과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강화할 수 있게 한다"며 "올해부터는 인스타그램 등 SNS 앰버서더 계정과 대학생의 언어로 더 활발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