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최혁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최혁 기자
6·3 지방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 책임론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일부 인사들의 문제 제기에 머물렀던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정 대표가 사실상 사면초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역사 속에서 단결하면 승리했고 분열하면 패배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우리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마음을 가다듬고 해야 할 것은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키고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다짐과 결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전날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이날 의총에서는 내부 결속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 대표의 수습 시도에도 비공개 의원총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정 대표 면전에서 사퇴를 촉구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의총에서 "정부의 성공, 그리고 신뢰 회복을 위해선 정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6·3 지방선거 성적표에 대해서도 "참패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한 패배 지역을 언급하며 '정청래 지도부'의 전략 부재, 공천 잡음 등을 지적했다. 특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 대표의 연임 도전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만큼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별도 마무리 발언이나 언급 없이 의원총회장을 떠났고 조승래 사무총장이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이후 진행된 공개 일정에서도 자신을 향한 사퇴론에 대한 별도의 언급 없이 거듭 단결을 주문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내란의 밤에 동지의 전우애를 발휘해 사선을 함께 넘었다"며 "그날 밤의 심정으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합심·단결하자"고 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명심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 호흡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각오와 같이 국민의 삶을 바꾸겠다는 강한 책임감과 절박감으로 민주당은 정부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난 정 대표는 사퇴론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잘 들었다"며 말을 아꼈다. 대표 연임 도전 여부에는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

정 대표가 즉답을 피한 것은 사퇴론에 정면 대응할 경우 당내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의총을 계기로 정 대표의 정치적 부담은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일부 비당권파의 문제 제기에 머물렀던 사퇴론이 현역 의원들이 모인 공식 회의 석상에서 분출됐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단결도 중요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 있는 수습"이라며 "대표 거취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전당대회까지 갈등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