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윤 칼럼] 부동산 세금에서 '분노'를 걷어내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서구 선진국이 하는 것만큼의 보유 부담을 지도록 하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다음달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보유세 인상 방안이 담길 것임을 시사했다.

보유세는 부동산과 관련된 여러 세금 가운데 표심(票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목이다. 집을 보유한 사람들이 매년 꼬박꼬박 내야 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긴 데에는 ‘보유세 인상 공포’가 한몫했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매우 복잡한 세금이다. 1세대 1주택자를 기준으로 들여다보자. 보유세 과세구간은 총 11단계다. 공시가격 기준 12억원까지는 4단계 재산세 누진세율(0.05~0.35%), 12억원 초과분은 7단계 종합부동산세 누진세율(0.5~2.7%)이 적용된다. 이처럼 많은 단계로 나뉘어 누진되는 보유세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최저세율과 최고세율의 격차는 54배에 달한다.

종부세를 처음 도입한 노무현 정부 당시 보유세는 재산세 3단계(0.15~0.5%), 종부세 3단계(1~3%)였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는 재산세 최저세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보유세 부담을 전반적으로 낮추면서 최저세율을 33% 인하(0.15%→0.1%)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끌어올려 고가주택 보유자 세 부담을 늘린 반면 서민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1주택자 특례’로 최저세율을 절반(0.1%→0.05%)으로 낮췄다. 이로 인해 최저와 최고 세율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과세표준액을 산출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중요한 변수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현재 재산세에는 공시가격의 45% 이하, 종부세는 60%를 적용하고 있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고가주택 보유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보유 주택 수, 보유 기간, 연령, 부부 공동명의 여부 등 개별 변수에 따라 보유세가 크게 달라진다.

한국의 보유세율은 선진국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중·저가 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주택 보유세 부담이 다른 선진국보다 작다고 보기 어렵다.

중·저가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 역시 보유세 부담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11단계 누진 보유세율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저가 주택 보유자에게도 부담이 된다. 집값이 오르면서 재산세 과세구간이 한 단계씩 높아질 때마다 세금은 뛴다.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 그 부담은 훨씬 커진다. 서울 재건축·재개발에서 나오는 국평(전용면적 84㎡) 아파트 분양가는 평균 20억원을 넘는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도 종부세 부과 대상(공시가격 12억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주비와 추가분담금 마련조차 어려운데 종부세까지 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아파트 부자일수록 보수화가 심해진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일면적이다. 과거에는 보수적인 여당은 농촌, 진보적인 야당은 도시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여촌야도(與村野都)가 일반적이었다. 고학력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던 서울 강남권은 1970년대와 1980년대 ‘군사 정권’과 그 후계 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강했다.

이들이 보수 성향으로 확 바뀐 것은 2000년대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일부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세금 정책은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의식을 강하게 갖게 된 탓이다. 집값 소외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표를 의식해 고가주택 보유자 세 부담만 집중적으로 늘리는 것은 일종의 ‘분노의 정치’다. 부동산 세금에 쌓이는 분노를 올해 세법 개정 때 걷어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