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산업계 하투(夏鬪)의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임금 인상이 협상의 핵심이었다면 올해는 주택자금 지원, 근로시간 단축 등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를 계기로 각 기업 노조의 요구사항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자동차·철강·석유화학·정보기술(IT)업계 주요 기업이 잇달아 임금 및 단체협상에 들어가면서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임단협 논의를 시작한다. SK하이닉스 노조 내부에서는 삼성전자가 도입하기로 한 최대 5억원 규모 저금리 주택안정 대출 제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택자금 융자 한도는 1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 폐지 등 성과급 체계 개편이 이뤄진 만큼 올해 협상은 임금 인상률과 복지제도 개선이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는 대규모 연대 투쟁이 변수다. 기아 노조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그룹 38개 지회는 공동 대응 논의에 들어갔다. 전체 조합원은 약 8만7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계열사 간 임금과 복지 격차 해소, 주 4.5일 근무제 도입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석유화학업계에서는 고용 안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포스코 노조는 최근 협력사 직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회사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노조는 여수 설비 통합 과정에서 구조조정 우려가 커지며 고용안정협약을 우선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 부진으로 기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조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IT·바이오업계 노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카카오의 5개 법인 노조는 10일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첫 부분파업을 벌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오는 24일 초기업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노조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올해 하투가 장기전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양길성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