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업 현장의 핵심 노사 쟁점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때 근로자가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될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조선업 노조가 중대 재해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작업중지권을 적극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청 기업과 하청 노조의 직접 교섭을 인정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과 맞물려 작업중지권을 둘러싼 갈등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5년 노사관계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2026년 자동차·조선업종 노사관계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작업중지권을 꼽았다. 연구원은 “자동차업종과 조선업종 노조가 중대재해처벌법을 근거로 작업중지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다. 다만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급박한 위험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노사 간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

노동계는 중대 재해 예방을 위해 작업중지권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명확한 기준 없이 작업 중지가 반복되면 생산 차질과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국회에는 작업중지를 신청하는 근로자의 책임 부담을 줄이는 작업중지 요청권을 신설하고, 행사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연구원은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과 작업중지권 확대가 결합하면 노사관계 지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를 대부분 인정했다. 하청 노조가 원청의 합법적인 교섭 파트너로 인정받으면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할 때 노조가 합법적으로 쟁의행위를 벌일 수 있게 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