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북한을 선택하며 7년 만에 방북 길에 오른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을 잇달아 만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북·러 밀착 속에서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을 재확인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방북 통해 대미 협상력 높일 듯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 초청으로 오는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5일 발표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19년 6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당시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찾아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북·중 정상 간 만남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했다.

이번 방북은 시 주석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과 연쇄 정상회담을 한 뒤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러 대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과의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며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권을 부각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이번 방북을 통해 9월 예정된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구상을 김 위원장과 공유하면서 북·미 대화 국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할 수 있다. 미국에는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북한에는 미국의 제재 압박을 막아줄 우군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고도의 양면 작전이라는 얘기다.

◇북·러 밀착 견제 목적도

이번 방북은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밀착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뤄진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무기·병력 지원을 포함한 군사 협력을 확대해왔다. 북·러는 2024년 유사시 상호 군사원조 조항이 담긴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며 관계를 혈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북·러 밀착은 중국에 부담 요인이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전통적 후원국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해왔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기울 경우 한반도 정세 관리에서 중국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시 주석이 직접 평양을 찾는 것은 북·중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을 자국의 전략적 영향권에 묶어두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경제적 협력도 논의될 전망이다. 북·중 국경의 인적·물적 교류 정상화와 신압록강대교 활성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식량과 원유, 대규모 생필품 원조가 필요하다. 중국은 동북 3성의 경제적 활로와 북한의 인프라 개발권을 연계하는 실리적 협력 카드를 노리고 있다.

과거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 때도 경제 협력은 주요 의제였다. 후진타오 주석의 2005년 방북 당시에는 ‘경제기술협조 협정’이 조인됐고, 시 주석의 2019년 방북 때는 그의 경제책사로 꼽히는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중산 상무부장 등이 수행단에 포함됐다.

김다빈 기자/베이징=김은정 특파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