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의지하는 미국 남성들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낮에 누가 일하지 않는지를 기준으로 좋은 동네와 나쁜 동네를 구분하는 내용이다. 록은 “만약 수요일 낮 12시15분에 미국 어느 동네에서든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성들이 헬스장에서 나오거나, 유모차를 미는 모습을 본다면 그곳은 좋은 동네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 근처에 유기농 식자재 매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얘기도 했다. “만약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성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마당에서 역기를 들거나, 어린이용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본다면 당신은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33%가 구직 활동 포기

지난달 고용 보고서를 읽다가 록의 재미있고 통찰력 있는 농담이 떠올랐다.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남성의 노동 참여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기준 남성 3명 중 1명은 일자리도 없고 구직 활동도 안 하고 있다. 20세 이상 남성의 노동 참여율은 66%로 2006년 73%에서 하락했다. 록은 실업과 범죄 사이의 상관관계를 강조했지만, 실업 상태에 있는 젊은 남성이 많다는 것은 공공 안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백만 명의 건장한 남성이 노동시장에서 조기에 이탈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지속적인 은퇴와 이민 감소가 맞물리며 국가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 남성에게 직업 없이 살아가는 것은 이미 현실적인 선택지가 됐다.

인구통계학자 니컬러스 에버스타트는 그의 저서 <일자리 없는 남성들>에서 1965년과 2015년 사이에 20세 이상 남성 취업률이 1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고 밝혔다. 50년 동안 20세에서 64세 사이 남성 중 어떤 직업도 없는 남성의 비율은 전체의 10%에서 22%로 높아졌다.

남성 실업률의 상승세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 구직 활동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기술 발전과 탈산업화를 남성 실업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런 장벽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오는 외국 출신 남성들이 세계화와 경제 불안에도 높은 취업률을 보이는 경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민자들은 다른 사람이 기피하는 고용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과한 복지로 근로 의욕 저하

일하지 않는 남성이 늘어나는 이유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부 복지 혜택과 사회 안전망에 있다. 주·연방 차원의 복지 및 장애인 프로그램은 애초부터 악용하기 쉽도록 설계됐다. 직업이 없고 구직 의지도 없는 남성들에게 중요한 수입원이 된 지 오래다. 이런 남성들은 자신을 받아주는 여성들에게 빌붙어 사는 데 거리낌이 없다.

워싱턴DC의 민주당 당원들은 종종 유럽을 미국의 복지 모델로 삼곤 한다. 영국 보건부 장관을 지낸 앨런 밀번의 보고서에 따르면 25세 미만 영국인 약 100만 명이 미취업 상태에서 학업을 하지 않고 직업 훈련도 받지 않고 있다.

또 영국 실업 청년의 거의 절반이 ‘현재 노동에 지장을 주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애 수당을 신청한 청년 10명 중 7명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수당을 받고 있다. 거대한 사회 안전망을 자랑하던 유럽이 미국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원제 American Idle: The Work Ethic Goes Out of 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