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허삼관 매혈기' 위화의 자전적 산문집
산곡미풍
위화 지음 / 백도라지 옮김
푸른숲 / 248쪽│1만8000원
위화 지음 / 백도라지 옮김
푸른숲 / 248쪽│1만8000원
이번 책에서 그는 역사와 사회 대신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아들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아온 시간들이 담담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다. 위화는 의사였던 아버지를 엄격하고 무뚝뚝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하던 그 거리감을, 자신이 아버지가 된 뒤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며 느낀 기쁨과 불안, 책임감에 대한 고백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린다.
위화의 문장은 여전히 절제되어 있다. 그는 가난과 외로움을 비극으로 과장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한다. 친구의 눈물과 장례식장의 슬픔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을 읽어내는 시선이 돋보인다.
위화는 거창한 인생론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선물은 대부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된다는 위화의 말처럼,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일이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산골짜기를 스치는 작은 바람처럼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산문집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