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정치를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는 착각
정치는 이성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토론에서는 숫자와 논리, 정책 실현 가능성이 중심이 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유권자를 움직이는 것은 그보다 먼저 찾아오는 감정이다. 분노, 불안, 혐오, 연민, 희망 같은 감정이 정치적 판단을 상당 부분 좌우한다.

독일 신경과학자 마렌 우르너는 신간 <감정사회>에서 감정과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오래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이 부당한지 느끼는 감각, 특정 집단을 향한 두려움이나 신뢰, 어떤 미래의 모습을 바라는지가 모두 정치적 선택을 구성한다.

저자는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판단이 감정 없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감정과 이성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다면체 주사위’의 여러 면과도 같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감정을 단순히 위험한 대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감정은 사람을 선동하고 갈라놓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공동체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해서다. 불의에 대한 분노는 사회 변화를 촉발하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은 정치적 연대를 만든다. 저자는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읽고, 설명하고, 성숙하게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무엇에 반대하는가’에만 머물수록 정치가 쉽게 적대의 언어로 기울어진다고 말한다. 그 대신 ‘무엇을 지지하는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를 묻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끈질기게 ‘역동적 사고’를 제안한다. 그는 “굳이 ‘적’을 정의해야 한다면, 그것은 오직 우리의 단기적이고 정적인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