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값 폭등에 수요 침체 '직격탄'…삼성··LG전자 '비상'
1일 삼성전자의 올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삼성전자의 원재료 매입액은 27조80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7조428억원) 대비 2.8%(765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가전·TV·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원재료 매입액이 21조2527억원으로 전체의 76.4%를 차지했다.
전체 매입 규모 자체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세부 품목을 보면 모바일용 메모리의 원가 압박이 압도적이었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용 메모리 매입액은 1조9930억원에 달했다. DX 부문 전체 매입액의 9.4%를 차지하며 주요 부품인 카메라 모듈(8.9%) 비중을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분기보고서에서 모바일용 메모리를 기존 '기타' 품목에서 분리해 별도 항목으로 신설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매입 비중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실제 부담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수치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사들인 내부 거래 물량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은 전년 연간 평균보다 약 107% 급등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의 여파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가격 역시 지난해보다 약 12% 올랐다.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제품의 핵심 소재인 구리 가격 상승세도 부담을 더했다. 올해 1분기 구리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1.1% 올랐다. 이에 공조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의 구리 매입액은 지난해 1분기 824억원에서 올해 1분기 156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부문 내 구리 매입액 비중도 38%에서 53.3%로 과반을 넘어섰다.
문제는 제조 원가는 급격히 뛰고 있는 반면 제품 수요는 극도로 침체돼 있다는 점이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데다 가전과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마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1분기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은 7조85억원으로 3년 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같은기간 스마트폰과 PC 등이 포함된 통신기기 및 컴퓨터 소매판매액 역시 7조6311억원으로 4.2% 줄어들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물류 운송비 상승과 공급망 리스크 심화는 향후 원가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제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가만 계속 오르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및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수요 부진이 겹친 상황이라 주요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하에 운영 효율화와 극한의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