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초대형 IPO 이후 '대세 상승장' 꺾였는데…"이번엔 다르다"
스페이스X·오픈AI 등 상장 앞두고 변동성 확대 우려
◇ 초대형 IPO 이후 폭락장 재연될까
역사적으로 모든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초대형 IPO 이후 주식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선 사례가 많다. 닷컴 버블이 절정에 달한 2000년 초 AT&T의 무선 사업부가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인 106억달러 규모 공모를 했다. 시장이 이 거대 기업의 IPO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나스닥지수는 그해 3월 역사적 고점을 찍고 장기 하강 곡선을 그렸다.
세 기업이 목표로 하는 합산 기업가치는 최소 3조5000억달러, 최대 4조달러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총 공모 금액이 최대 2000억달러에 달해 2022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IPO들의 조달 금액 합계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4조달러에 육박하는 세 기업의 지분을 기관투자가가 인덱스 펀드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도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애플 등의 지분을 대거 매각해야 한다. S&P와 나스닥 등 대표 지수가 초대형 IPO를 앞두고 이들 기업을 지수에 조기 편입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앤스로픽이나 오픈AI 지분을 대량 보유해 일종의 ‘대리 투자처’ 역할을 하던 미 증시 상장 빅테크와 소프트뱅크 등은 심각한 자금 유출(자금 이동)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 증시는 우려 반, 기대 반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의 상장이 주식시장이 한 단계 레벨업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닷컴 버블 당시 기업들과 달리 이들 기업은 이미 수십억달러에서 수백억달러 매출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특히 앤스로픽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최초로 분기 흑자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스페이스X 역시 스타링크라는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다.세 기업이 상장을 통해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기존 매그니피센트7(M7) 중심의 미국 증시 주도주가 우주산업 기업과 AI 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DB증권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1조7500억~2조달러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나스닥시장에서 브로드컴과 메타, 테슬라 등을 단숨에 제치고 엔비디아와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에 이어 시가총액 6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지윤 우리자산운용 글로벌운용2팀장은 “초대형 IPO의 기술 혁신과 기업 성장이 지속적으로 확인된다면 현재 논의되는 높은 기업가치 역시 시장에서 점차 정당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는 단기 발생 이익보다 미래 성장 곡선 등을 주식시장 내 기업가치로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식시장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는 매크로 환경과 실적이다. 과거 블랙스톤과 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유동성이 축소되는 긴축기에 초대형 IPO가 맞물리면 하락 전환의 촉매가 되기 쉽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증시는 지정학적 우려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고, 기업들이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거대 테크 기업의 상장이 연착륙할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