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초래한 중동 전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미국과 이란 두 나라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휴전 연장을 핵심으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놓고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큰 틀에서 양국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80일 넘게 세계 경제의 목을 조르던 위기가 조만간 일단락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되고 글로벌 에너지·교역망 위기가 큰 고비를 넘긴 것은 반길 일이다. 그렇지만 마냥 기뻐만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전쟁 발발 이전의 ‘정상 상태’로 단순하게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냉정하게 현실을 점검하고 서둘러 대안을 마련할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원유 수입원 다변화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69%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다. 지금까지 급한 대로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으로 수입원 다변화를 추진했다. 이제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석유 공급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필요가 있다.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관행도 서둘러 손봐야 한다. 한국은 에너지 자립도가 18%에 불과하지만, 대표적인 에너지 과소비국으로 꼽힌다. 일본의 1.5배에 달하는 1인당 전력 소비량(1만2100㎾h)은 개선이 시급하다.

중동 전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항행의 자유’ 원칙을 복원하는 데도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전쟁 기간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며 항행의 자유를 무력화했다.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무역국가인 한국엔 생사가 걸린 문제지만 경각심은 낮은 수준이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직접 거론했다. 반면 한국은 ‘최근 중동 상황에서 비롯된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 불안정성’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제 종전 이후의 에너지 신질서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석유최고가격제 등 임시 조치를 언제, 어떻게 종료할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동시에 그동안의 에너지 공급·소비 행태를 돌아보고 개선할 총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