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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만 먹어봤다면 하수…베트남에선 이 풀까지 먹는다 [신예희의 나홀로 한입여행]
향기롭지만 어려워, 베트남의 향채
컨디션이 좋을 땐 맛이 좀 희한한 정도인 음식도, 시차와 온도와 습도와 소음과 외국어와 환율과 소지품 관리와 길 찾기 등등 신경 쓸 일이 잔뜩일 때면 그렇게 힘겨울 수가 없다. 어딜 가든 그 냄새가 콧속과 입안에 감도는 것 같다. 뱃멀미를 멈추려면 배에서 내리는 수밖에 없듯, 이 나라를 떠나기 전까진 속이 계속 메슥거린다. 그걸 이해하게 된 후론 핼쑥한 얼굴의 한국인 장노년층 단체 여행자와 마주치면 그렇게 짠하다. 한식이 얼마나 그리우시겠어, 저분들.
고수를 싫어해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 없지만, 여행을 좋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괴이한 향의 풀을 흔히 먹는 지역이 참으로 많아서다. 당장 떠오르는 곳만 꼽아봐도 중국, 태국, 라오스, 베트남, 스페인, 터키, 멕시코, 포르투갈 등 다양하다. 그러니 좋아하진 않아도 최소한 삼킬 수만 있다면 여행의 난이도가 확 낮아진다.
어성초의 ‘어’와 ‘cá’는 모두 물고기를 의미하는데, 그 얘기는… 맞다. 생선 비린내 같은 향이 풀풀 풍긴다. 처음 맛보면 대부분 ‘어이쿠’ 할 것이다. 하지만 굽거나 튀긴 음식과 함께 쌈을 싸 먹으면 특유의 비린내가 줄어들고 감칠맛이 감돈다. 기름기와의 궁합이 이렇게 좋으니, 분짜나 짜조(chả giò, 라이스페이퍼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돌돌 말아 튀긴 것)에도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반쎄오를 주문하면 생채소를 한 바구니 내어준다. 상추와 고수처럼 익숙한 것도 있고 처음 보는 것도 있을 텐데, 가느다란 줄기에 하트 모양의 잎사귀가 여러 개 달린 게 어성초다. 여행 초반엔 이 생김새를 잘 외워뒀다가 골라내어 치워버리곤 했는데, 희한하게도 기름진 음식이랑 묘하게 어울리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라이스페이퍼에 다양한 채소를 올리고 바삭한 반쎄오를 큼직하게 조각내 얹은 후 둘둘 말아서 느억맘 소스에 푹 담그면 입에서 기분 좋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 이게 베트남이지.
처음부터 좋았던 향채도 있다. 소엽(차조기)인데, 베트남에선 띠아또(tía tô)라고 한다. 깻잎을 3분의 2로 축소해 놓은 모양새이고, 진한 보라색과 초록색을 섞은 듯하다. 분짜를 주문하면 띠아또는 반드시 따라 나온다. 우리나라의 베트남 식당에선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 베트남에서 분짜를 처음 먹었을 때 좀 놀랐다. 이 독특하고 상쾌한 향기는 대체 뭐지? 식당에선 여러 생채소를 섞어서 바구니에 담아 주기 때문에 하나씩 골라서 맛을 보았고, 기어이 찾아내어 이름을 물어보았다.
바질은 어떨까?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 등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하게 즐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베트남과 태국, 대만 등에서 흔히 먹는 바질은 우리가 아는 이탈리아의 바질과 꽤 다르다. 이름하여 타이 바질(húng quế). 팔각과 비슷한 화려한 향기를 강하게 풍긴다.
우선 생선 살을 발라내 갈랑갈(생강과 비슷하다), 강황, 레몬그라스, 맘똠(mắm tôm, 새우를 발효시킨 것) 등으로 양념해 한동안 재워두는데, 강황 때문에 생선 살이 노랗게 물든다.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넣고 딜(rau thì là)과 파를 왕창, 말 그대로 왕창 쏟아 넣고 후다닥 볶다가 채소의 숨이 죽으면 곧바로 먹는다.
향채도 향신료도 여전히 조금은 어렵다. 어쩔 수 없다. 그게 입맛이고 취향인걸. 그래도 한번은 맛보길 권한다. 이번엔 영 별로더라도 다음엔 의외로 좋을 수도 있으니까. 확실한 것은 여행은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거다. 귀국해선 또 얼마나 이 맛을 그리워하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한 끼라도 더 충실하게, 푸짐하게, 알차게 먹고 싶다. 한식은 한국에서 실컷 먹을 테니, 베트남에선 최대한 ‘베식’(베트남식)을 즐겨야 제맛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