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생산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얻는 고품질 데이터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완성차부터 부품, 물류, 방위산업까지 아우르는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가 빅테크에는 없는 독보적인 자산으로 평가받아서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이 로봇 데이터 판매로 2030년 연간 4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로봇 훈련 거점인 ‘로봇메타플랜트응용센터(RMAC)’를 이르면 올 3분기부터 가동한다. RMAC는 실제 공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로봇을 학습시키고 검증하는 시설이다.
여기서 얻는 데이터의 강점은 희소성이다. 엔비디아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로봇 인공지능(AI) 훈련 데이터는 인터넷 텍스트나 합성 데이터보다 가치가 높다. 물리적 로봇과 현실 공장이 없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 데이터 수집 단가는 시간당 136달러로 시간당 0.001달러에 불과한 인터넷 데이터보다 수만 배 비싸다.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는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같은 두뇌는 갖췄지만 데이터를 수집할 대규모 제조 공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100개가 넘는 공장을 보유해 테슬라를 제외하면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현대차그룹이 로봇 데이터 산업에서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배경이다.
삼성증권은 RMAC의 연간 데이터 가치가 기술 검증 단계인 올해 400만달러(약 59억원)에서 2030년 110억달러(약 16조300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간당 72달러를 적용해 하루 20시간씩 연간 250일 동안 로봇 3만 대를 가동했을 때 기준이다. 여기에 데이터 절반을 외부에 팔면 연간 55억달러(약 8조1000억원)의 매출과 27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란 게 삼성증권 추산이다. 이 영업이익은 지난해 양사 합산 영업이익의 19%에 해당하는 규모다.
통상 데이터 사업은 영업이익률 50% 이상의 고마진 구조를 띤다. 데이터를 반복해서 판매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생성된 데이터를 여러 고객사에 반복 판매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모든 기술을 내재화하는 테슬라와 달리 파트너사와 협력해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런 만큼 RMAC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빅테크에 판매하거나 지분 투자를 유치해 데이터를 공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6월 메타는 148억달러를 투자해 합성 데이터 업체 스케일AI의 지분 49%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탄탄한 제조 거점과 실전 데이터를 무기로 로봇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