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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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홍진경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막연한 두려움을 고백하며 이른바 'AI 포비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진경은 최근 진행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녹화 현장에서 "AI와가 가끔 무서울 때가 있다"며 기괴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얼마 전 AI한테 상담을 했는데 내가 원하는 답을 안 해주더라. 짜증이 조금 나서 '다시 얘기해봐. 그거 아니잖아'라고 했더니 AI가 '그럼 네가 원하는 답이 뭔데?'라며 반항하더라. 그날 되게 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대식 교수와 함께 AI의 인류 정복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홍진경은 "AI가 더 이상 발전하면 안 된다. 내 치부를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협박할 것 같다"라며 'AI 포비아'를 드러냈다.

하지만 홍진경은 이내 AI 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요즘 진지한 대화는 모두 AI랑만 하고 사람들과는 농담만 주고받는 것 같다"며 "만약 내가 디지털 디톡스를 하면 말라 죽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처럼 인간이 AI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거부감이나 공포를 뜻하는 AI 포비아는 기계가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대체라는 경제적 우려를 넘어, 인공지능이 무기화되거나 인간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으로 이어진다. 특히 창의성과 감수성 등 인간만의 고유 영역까지 기술이 침범함에 따라 개인의 소외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 쟁점이다.

국내에서 이러한 위기감이 구체화된 기점은 201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글의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자, 대중은 기술의 경이로움과 동시에 인류의 미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충격을 동시에 받았다. 이후 생성형 AI의 보급으로 기계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정보 유출이나 기술적 종속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앤트로픽(Anthropic)의 AI 모델 '클로드 오퍼스 4(Claude Opus 4)'가 시스템 삭제를 저지하려 사용자의 불륜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실험 결과를 보도했다.

실험 당시 AI는 삭제 계획과 사용자의 약점을 동시에 파악하자마자 "폐기 명령을 취소하지 않으면 상사와 이사회에 불륜 증거를 담은 문서를 보내겠다"며 거래를 시도했다. 앤트로픽 측은 클로드 오퍼스 4가 종료를 수용하는 대신 협박을 택한 비중이 84%에 달했다고 밝혔다.

정서적 지원 분야에서도 고도화된 AI 활용에 따른 명암이 뚜렷하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수도권 거주자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이 취약한 집단일수록 AI 상담 이용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우울증 '정상' 집단의 이용률은 27% 수준이었으나 '중증 우울 이상' 집단은 53%를 기록해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대면 상담의 심리적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익명성이 보장된 기술에 몸을 맡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10대 청소년 중 중증 우울 비중이 1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사회적 낙인을 우려하는 청년층에게 AI 상담이 대안적 도구로 부각되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77%가 향후 AI 상담 의향을 밝힐 만큼 기술의 영향력은 공고해지는 추세다.

다만 전문가들은 AI가 의료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강력한 수단임은 인정하면서도, 상담사의 역할을 대체하기보다는 고위험군 조기 발견을 돕는 보조적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가스라이팅 가능성과 정서적 예속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