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가운데)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후 조정 절차에 따른 노사 협의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가운데)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후 조정 절차에 따른 노사 협의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사가 이틀 간의 사후조정 절차에서도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오는 21일부터 18일 간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파업 시 수십 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양일간 열렸던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 회의는 노조가 '결렬'을 선언하며 종료됐다. 특히 전날 10시부터 시작됐던 2차 회의는 이날 새벽 3시까지 약 17시간동안 이어진 마라톤 협상이었으나, 노사는 결국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결렬 직후 취재진을 만나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안을 요청했고 12시간 가까이 기다렸다"며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받아든 조정안에는 퇴보한 내용들이 담겨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DS)·디바이스경험(DX)부문 모두 성과급 상한을 유지를 하는 조건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2%로 명문화하는 방안 △특별경영성과급은 2026년 매출·영업이익 국내 1위인 경우에만 지급 △DX부문은 미해당 △초과이익성과급(OPI) 주식보상제도 불가 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합의 요구는 상한폐지 투명화·제도화인데 조정안엔 '투명화'가 없었고, DX부문은 성과급 상한이 유지된다는 점,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SK하이닉스보다 높은 경우에만 주어진다는 조건 등이 부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의 성과를 외부요인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 일회성 안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결렬 선언했다"며 "내일 위법쟁의행위 금지가처분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노위와 삼성전자 사측은 이번회의에서 노조에 공식적인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

지난해 12월부터 노조는 영업이익의 15%(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원 기준 45조원)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 사측은 경영 실적과 연동되지 않는 경직된 보상 체계가 확정될 경우 미래 투자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고 맞섰다.

지난 3월 조정 중지 결정 이후에도 줄곧 평행선을 달리던 노사는 정부의 설득으로 이번 사후조정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결국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30조원에 이르는 손실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 행위가 국민의 일상 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 조정 및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과거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을 시작으로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7월과 12월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까지 네 차례뿐이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